엄상문 애드투어 사장
얼마 전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해 판매하여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어느 농부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 얘기를 들으면서 화제의 이면에 있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본질에 대한 이해보다는 누구나 다 사업만 시작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이 쉽다는 오해가 더 컸지 않았나 싶다.
분명한 것은 그 농부의 경우 인터넷 전자상거래 이전에도 자신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유통망과 고객들이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구삼아 기존 사업의 매출구조를 개선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 농부는 전자상거래를 시도하다 실패한다 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농부와 인터넷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인터넷은 결국 현실적 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한 새롭고, 강력하고, 무서운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지, 그 자체가 「농부도 할 만큼」 시작만 하면 사업성과 직결되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 관심과 투자, 기술의 발전은 웬만한 전문가들도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어서 현대판 골드러시에 비유될 정도다. 그래서 너도 나도 창업에 줄을 잇고 있고, 「묻지마 투자」라는 열풍이 불면서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이 자칫하다 인터넷 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의 목소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도 인터넷 비즈니스의 모델을 명확히 함으로써 인터넷 산업의 발전방향을 올바르게 정립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의 전개과정을 음미해 보면 대개는 인터넷의 발원지인 미국 시장을 모델로 뒤따라가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인터넷 비즈니스만큼은 미국에서 성공하면 한국에서도 성공한다는 것이 일반론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토양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전자상거래만 하더라도 미국과 우리는 땅의 넓이부터 쇼핑의 문화까지 성공을 위한 조건이 판이하게 다르다.
따라서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 시장을 충분히 읽되 그것을 우리 실정에 맞게 재설계하는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포털서비스든 전자쇼핑몰이든간에 인터넷 비즈니스만으로 경상이익을 내는 회사가 손에 꼽을 지경이고 대부분은 막대한 적자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몰리는 것은 인터넷이 가지는 폭발적 성장가능성에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기대하는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에 누구든 자유롭게 편승할 수 있는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좀더 장기적 안목의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명확히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무작정, 단기필마, 좌충우돌식 접근은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피할 수 없는 패러다임의 변화선상에서 무작정 남을 따라 달리다 불현듯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되는 블랙데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21세기 정보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 한국형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선행작업이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