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텔의 사업전략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

 인텔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인텔의 실체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260억달러의 매출액과 61억달러의 순이익을 낸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독보적 존재라는 설명으로 인텔을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인텔이라는 이름은 반도체 매출액 세계 1위라는 단순 산술적인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 전세계 전자·정보통신업계에 미치는 인텔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따라 세계 IT 업계의 희비가 엇갈린다. 최근 램버스 D램용 칩세트인 「카미노」를 무기한 연기하자 전세계 PC·주변기기업체는 물론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줄줄이 관련 제품 출시를 보류할 정도다.

 이런 인텔이 최근 대대적인 기업인수에 나서 세계 IT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올들어 평균 한달에 한번 꼴로 기업체를 인수하는 셈이다. 지난 9월에는 인터넷 솔루션 개발을 위해 2억달러 규모의 「인텔 커뮤니케이션스 펀드」라는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얼핏 보기에 인텔의 전략은 마치 과거 국내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 전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인텔의 영토확장은 국내 재벌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텔이 투자하는 분야는 오직 「인터넷」이다. 네트워크·코드분할다중접속(CDMA)·솔루션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존의 CPU 기술과 접목해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겠다는 것이 인텔의 경영전략이다. 이른바 「집중」과 「분산」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사업영역의 절묘한 조합인 셈이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95년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수출액만 올해 100억달러에 육박하고 순익규모가 조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고 밀레니엄시대에 대응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