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인물> 美 오라클 래리 엘리슨 회장

 거침없는 말투와 시장흐름에 대한 예언으로 유명한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을 고객지원전시회인 SSCE 전시회장에서 만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로 움직이는 PC대신 오라클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인터넷 정보단말 시대를 꿈꾸는 엘리슨 회장은 「NC의 전도사」 「마케팅의 천재」 「보트타기 세계챔피언」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인」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정보통신(IT)업계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엘리슨은 지난 95년 「네트워크가 컴퓨터다」라는 말로 NC시대를 예언하는가 하면 「IBM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오라클은 미래다」와 같은 명언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인터뷰에서 엘리슨 회장은 차세대 NC 출시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가 5년 내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력 비즈니스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음은 엘리슨 회장과의 일문일답.

 -4년 전 NC시대를 내다봤는데, 지금은 그 예언이 틀렸다고 생각지 않는가.

 ▲휴대폰, 웹TV, PDA 등 인터넷접속 디바이스 수가 이미 PC를 앞지르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도 이미 인터넷 정보단말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PC처럼 무겁고 복잡한 기계 대신 새로운 정보단말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내 예측은 적중했다고 본다.

 -오라클의 차세대 네트워크 컴퓨터(NC) 계획은.

 ▲오라클은 이미 인텔칩 기반으로 인터넷시대를 겨냥한 제2세대 NC를 개발해 놓고 있다. 「199박스」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된 차세대 NC는 넷스케이프를 웹브라우저로 스타오피스와 오라클이 제공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돌아가는 아주 간편한 기기가 될 것이다. 가격은 199달러로 삼보의 e머신보다 200달러 싸고 사용법은 훨씬 쉬워진다. 정확한 출시계획은 밝힐 수 없지만 오라클 자회사인 리버레이트를 통해 내년 초쯤 내놓을 예정이다.

 -요즘 떠오르는 인터넷 비즈니스인 ASP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ASP는 인터넷시대의 기업들이 정보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다.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비싼 장비와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IT전문가를 고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매달 사용료만 내고 인력을 아웃소싱하는 편이 효율적이며 경비가 절감된다. 향후 5년 안에 ASP와 계약을 맺는 기업이 50%를 넘어서고, 결국 ASP가 사무환경을 오피스 온 더 웹(Office on the Web) 스타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요즘 IT업계의 화두는 e비즈니스다. 이 시장의 주도권은 결국 어떤 업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하는가.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산업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본다. 지금의 e비즈니스는 그냥 비즈니스로 불리게 될 것이다. 현재 .com 업체의 93%가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고 있다. 우리는 직접 컨슈머 마켓에 뛰어드는 대신 컨슈머를 겨냥하는 EC업체들에 인프라 스트럭처를 구축해 줌으로써 인터넷 비즈니스의 선두업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기조연설을 통해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통합 글로벌 센터에 대한 비전을 강조했다. 과연 그러한 생각이 실현되기 위해 어떤 장벽이 있다고 보는가.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나라별로 서버를 두지 않고 글로벌 센터를 구축했을 때 문화적이고 심리적인 장벽이 크다고 본다. 오라클 지사들을 예로 들면 어떤 나라에서는 자체 서버를 뺏긴 것에 대해 주권을 침해당한 것처럼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또 데이터가 우리 국경을 넘어올 수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라클 고객 입장에서는 글로벌 통합센터에서 모든 고객서비스를 받는 편이 훨씬 편리하다. 또 WWW은 프렌치 와이드 웹이나 캐나다 와이드 웹이 아니라 말그대로 월드와이드웹이 아닌가.

 -아시아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전망은.

 ▲B2B 전자상거래가 정착될 경우 제조업체를 위한 부품구입도 실시간 인터넷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그때 가면 첨단기술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기반시설을 두루 갖춘 아시아 진영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경제는 지금의 회복기조를 이어갈 것이고 머지않아 성장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Y2K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의 정부기관과 단체는 이미 위기를 넘겼다고 본다. 오라클은 물론 완벽한 준비를 끝냈다. 최소한 미국의 경우는 밀레니엄 버그가 더 이상 이슈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만일에 대비해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