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국 전자산업 40년 신역사 이헌조 LG전자 고문

 57년 락희그룹(현 LG그룹)에 입사해서 오로지 LG에서만 43년째 재직하고 있는 이헌조 LG전자 고문. 국내전자산업 40년사의 출발점인 금성사(현LG전자)의 영업사원 1호라는 영예로운 기록과 함께 그는 오늘날 LG그룹이 있기까지의 산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업계 최고 원로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이 고문의 최근 관심사는 새시대에 맞는 리더십 창출.

 『공업화시대에는 군대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습니다. 개방경제시대에서는 글로벌한 안목을 갖춘 리더가 필요했지요. 새 밀레니엄은 지금과 전혀 다른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그는 요즘 「논어」를 다시 읽는다. 리더십에 관한 것으로 이만한 책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집무실도 지난 20일 여의도에서 역삼동 근처의 LG강남타워로 옮겼다. 37층 집무실 창밖으로 테헤란로가 훤히 보이는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거리다.

 『수재가 많은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산업에서 미국에 뒤져요. 창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창의성은 풍부한 정서에서 비롯되는데 이를 북돋는 교육은 보이지 않네요.』 이 고문의 새로운 리더십연구의 방향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이헌조 고문의 또다른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 얼마전 그는 인터넷을 통해 소설책 한 권을 샀다. 좋아하는 추리작가인 딕 프랜시스의 신간 소설이다. 주문과 동시에 결제했으나 책은 3주만에 왔다.

 『인터넷이 실생활에 자리잡으려면 보완할 게 아직 많아요.』

 이 고문은 그러나 『인터넷서점들이 현지 인쇄 체제를 갖추면 실시간으로 책을 팔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시대의 도래를 굳게 믿고 있다. 전자산업 40년의 주역답게 인터넷이 전자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생각도 분명하다.

 『인터넷시대에는 제조업 비중은 낮아집니다. 제조업기반의 국내 전자산업이 이러한 전환기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큰 숙제이지요.』

 완제품이나 통신단말기보다는 고부가가치의 핵심 부품이나 장치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 이 방법이야말로 제조업 경쟁력도 유지하면서 디지털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 고문은 기회가 닿으면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가깝게는 LG그룹, 멀리는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 새시대를 앞두고 원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이때 이헌조 고문의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