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과학> 일반PC로 슈퍼컴 만들기

 컴퓨터 이용자들은 빠른 속도의 컴퓨터, 대용량 컴퓨터를 동경한다. 따라서 컴퓨터회사는 속도를 더 빨리낼 수 있는 제품, 거대한 메모리를 지닌 컴퓨터 개발에 혈안이 돼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속도, 메모리 문제는 항상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관련업체는 제품별 비교표를 동원해 자사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가끔 과대광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광고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컴퓨터회사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용량과 속도에 집착한다.

 그러나 빠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입하고 나서도 6개월 뒤 자신이 구입한 컴퓨터가 「구닥다리」가 되는 과정을 컴퓨터 사용자들은 무수히 경험했다. 그나마 구입한 빠른 속도의 컴퓨터는 장애로 통신이 두절이 되기도 하고 사용자 폭증으로 느림보가 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일반 이용자라면 쓸데없이 빠른 칩보다는 하드 드라이브와 메모리를 늘리라고 권장한다. 일반 사용자들의 업무는 고작 전자우편, 웹 돌아다니기, 워드프로세서 등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다지 빠른 속도가 아니더라도 별 무리가 없다. 그러나 빠른 속도, 대용량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끝이 없다.

 최근 코넬대에서 256개의 펜티엄Ⅲ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연결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갖는 시스템 「AC3 벨로시티 클러스터」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이미 상품화된 부품을 이용했기 때문에 기존 슈퍼컴퓨터 가격의 4분의 1에서 5분의 1 가격으로 쉽게 제작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64개의 델 파워에지 6350 서버로 구성됐고 각 서버에는 4개의 펜티엄Ⅲ 칩이 장착돼 있으며 윈도NT 운용체계를 갖는다. 서버들은 기가넷사에서 만든 「cLAN 클러스터 스위치」를 통해 100MB의 속도로 서로 통신한다.

 병렬처리형 IBM SP 슈퍼컴퓨터가 76기가플롭스의 연산속도를 갖는 데 비해 이 시스템은 122기가플롭스, 즉 초당 1220억개의 십진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놀라운 속도다.

 현재 이 시스템은 20여개의 대학내 연구그룹이 IBM 슈퍼컴퓨터에서 수행했던 동일한 작업으로 시험을 하며 새로운 컴퓨터시대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이처럼 한개의 컴퓨터에 대한 연산속도와 용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에서 일반 PC, 또는 칩을 병렬로 연결해 슈퍼컴퓨터처럼 사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곳곳에서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구개발정보센터 슈퍼컴퓨터사업단에서 병렬처리 컴퓨팅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상품화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컴퓨터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협동의 원리로 미래 정보사회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PC용 부품을 이용한 슈퍼컴퓨터 개발이나 여러대의 컴퓨터가 연결돼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병렬컴퓨터의 발달이 현재 컴퓨터 이용자의 고민을 해결해줄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 일반 PC를 슈퍼컴퓨터처럼 사용할 날도 그다지 멀지만은 않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