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한빛은행 등 4개사의 「무선통신과 금융 인터넷서비스를 위한 다자간 전략적 제휴」와 한국웹TV, 한국통신 하이텔, 한솔CSN 등 8개사의 「인터넷 TV 공동마케팅 컨소시엄 구축」은 언뜻 보기에는 서로 큰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좀더 넓은 시각에서 이들의 합종연횡을 분석해보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업 혼자서는 무한한 인터넷 시장을 독식하기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기업간 연대나 제휴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SK텔레콤, 한빛은행 등 4개사 제휴와 한국웹TV, 한국통신 하이텔, 한솔CSN 등 8개사의 인터넷 TV 공동마케팅 컨소시엄 구축은 종전처럼 전화망을 기반으로 인터넷 업체들간 제휴해오던 협력관계와는 조금 색다른 점이 있다.
먼저 SK텔레콤, 한빛은행 등 4개사의 제휴는 기존처럼 동종이나 유사업무에서 2개사가 협력을 추구한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과는 달리 서비스와 업무 영역이 다른 4개사가 마케팅과 개발, 유통면에서 제휴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4사 대표는 조인식과 함께 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제휴는 투자나 지분참여로 맺어지는 자본적 연결구도를 벗어나 상호협력과 보완으로 사업영역의 확대와 시장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윈윈전략을 추구해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즉, 다자간 상호 제휴를 통해 각 업체들이 보유한 대표적 서비스와 마케팅전략을 결합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전략에는 이번 제휴를 통해 아직까지 선두가 없는 무선인터넷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겠다는 점도 주목할 수 있다. 현재 이동전화를 비롯한 무선가입자에게 더욱 부가가치가 높은 인터넷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그 시장은 유선가입자에게서 얻은 이익보다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웹TV, 한국통신 하이텔, 한솔CSN 등 8개사의 「인터넷 TV 공동마케팅 컨소시엄 구축」은 각 가정에 보급돼 있는 TV에 30만∼40만원대의 세트톱박스만 추가하면 그동안 PC에 거리감을 느껴온 중장년층까지도 인터넷이용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트톱박스로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인터넷서비스 이용인구를 전국민층으로 확산할 수 있어 세트톱박스 수요뿐만 아니라 정보서비스 분야에도 막대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도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국내 콘텐츠산업은 가히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을 전망이다.
인터넷 이용인구가 늘어나고 콘텐츠산업이 발전하게 되면 인터넷시장이 거대해져 오프라인 위주로 행해져오던 개개인이나 기업의 생활, 경영패턴이 온라인으로 집중돼 정보사회가 그만큼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같은 정보사회가 도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 첫번째는 콘텐츠의 호환성 문제다. PC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콘텐츠는 HTML이라는 언어로 만들어져 있는데다 양도 크기 때문에 TV나 이동전화에서 그대로 받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모니터와는 다른 표시형식을 지닌 TV에서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동전화 화면이나 TV에 맞도록 콘텐츠를 재가공해야 한다.
또 이동전화는 통신속도나 메모리가 PC에 비할 바 아니기 때문에 텍스트 위주의 데이터로만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TV나 이동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업체들은 경쟁을 의식해 경쟁사 가입자들이 자사 정보를 공유할 수 없도록 서로 다른 규격을 채택하려는 조짐마저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아직 표준화돼 있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만이라도 불필요한 비용을 들이지 않도록 공동규격을 채택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