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세 번째 회고록 발간한 최형섭 前과기처장관

 초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소장과 최장수 과기처 장관을 역임한 최형섭 박사(79·포항산업과학연구원 고문)가 연구개발 생활을 정리한 회고록 「연구개발과 더불어 50년-기술 창출의 원천을 찾아서」를 펴냈다. 1일 과학기술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는 과학기술계 인사가 대거 몰려 과학기술계 최고 원로인 최 박사의 회고록 출간을 축하했다.

 최 박사가 회고록을 낸 것은 이번이 세번째. 그는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95년)에서 연구개발 정책을 되돌아봤고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98)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외교 비사를 공개했다.

 그에게 이번 회고록은 어떤 의미일까.

 『연구소다운 연구소도 만들었고 장관도 해본 만큼 과학기술 정책가로서의 삶에 여한은 없습니다. 다만 연구개발자로서의 삶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자꾸 드네요. 이번 회고록은 못다 이룬 연구개발에 대한 꿈과 그동안의 경험을 후배 과학기술자들에게 남기려는 것입니다.』

 최 박사의 전공 분야는 야금분야. 일본 와세다대에서는 채광야금을, 석사 및 박사 과정인 미국 노트르담대학과 미네소타대학에서는 각각 물리야금과 화학야금을 전공했다. 최 박사는 『내가 연구개발에만 전념했다면 세상 사람을 놀라게 할 혁신적인 제련법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이번 회고록에서 학창시절의 공부하던 얘기, 연구소에서의 연구생활, 후학들을 가르치던 일 등 연구개발자로서 겪은 에피소드를 미주알고주알 담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연구한 최 박사의 경험을 풍족한 여건의 요즘 과학기술자가 공유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연구개발자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 있을 것이다.

 『기술을 창조하는 것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입니다만 곰처럼 일하는 꾸준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요즘 연구개발자들이 머리는 좋을지 몰라도 끈기는 부족해진 것 같아 아쉽네요.』

 최 박사는 연구개발자로서 이번 회고록에서도 과학기술정책을 언급했다. 아직도 정책적으로 미진한 게 많다는 생각에서다.

 『우리가 이렇게 먹고 살 만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을 집중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선진국처럼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과학기술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우리 현실에 맞는 당면과제를 명확히 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합니다.』

 최 박사는 대덕연구단지와 같은 연구학원도시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본다. 그가 이달말 열릴 「국제 연구학원도시 세미나」의 기조연설을 기꺼이 맡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