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장비.재료업체들, ST마이크로에 납품 "파란불"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 업체들이 유럽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사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로랑 보송 수석부사장 겸 미국지사장 등 임원진들은 지난달 30일 방한, LG실트론·케이씨텍·신성이엔지·영신쿼츠 등 국내 7개 반도체 장비·재료 업체들과 구매상담을 갖고 현재 싱가포르 앙모키오 지역에 건설중인 8인치 반도체 공장 등에 제품을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구매상담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요청에 따라 LG실트론이 주선했으며, 구매물량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올해 설비투자액이 당초보다 2억달러 늘어난 16억달러인 점을 감안할 경우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에 따라 조만간 싱가포르를 방문해 납품을 위한 세부협상을 추진, 계약이 성사될 경우 처음으로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반도체 장비·재료를 공급하게 된다.

 특히 현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6인치 웨이퍼를 공급중인 LG실트론의 경우 8인치를 포함한 웨이퍼의 장기공급계약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 업체들 역시 전략회의를 열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임원진들은 31일 열린 구매상담에서 『지난 2년 동안은 건물에 투자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설비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후 LG실트론과 케이씨텍 공장을 방문하고 지난 1일 출국했다.

 이와 관련, LG실크론의 김철현 부장은 『이번 구매상담은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거대 반도체업체를 상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지난해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린 업체들이 이를 계기로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4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 매출 순위 세계 9위를 기록한 유럽 최대의 반도체업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