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기술가치 평가는 이제 도입기다.
선진국에서 기업간 기술거래나 인수합병,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에 기술가치 평가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자금을 빌려 쓸 때만 이용하는 소극적인 수단일 뿐이다. 기술집약형의 중소기업이 기술만 갖고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국제적으로 내로라할 만한 기술가치 평가가 없다보니 기업들은 외국업체와 기술을 거래하는 첫 단계부터 불리한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현실에 맞으며 업종별로 표준화한 평가기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술가치 평가기관으로는 기술신용보증기금 산하 기술평가센터를 비롯해 기술표준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거래소, 한국과학기술원, 정보통신진흥연구원 부설 정보통신기술이전센터, 환경관리공단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97년 기술신용보증기금에 의해 설립된 기술평가센터는 서울·강남·수원·대전·광주·대구·부산 등 7개 지역에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술성과 사업성을 토대로 기술에 내재된 가치나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무형의 재산가치를 평가해 정량적인 금액이나 등급 또는 점수를 부여한다. 평가 대상은 기술의 가치, 벤처기업 여부, 산업재산권, 특허의 기술성 및 사업성 등이다.
기술 평가 실적은 첫해 209건에서 이듬해 3043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6000건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달 정보통신기술이전센터를 신설한 정보통신진흥연구원은 정보화촉진기금 관련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이미 마련해 놓았다. 이어 연말까지 평가방법론과 평가모델의 초안을 만들고 내년초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기술가치 평가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술이전센터는 또 전문가 풀에 참여한 2000명의 전문가를 내년까지 300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벤처기업의 산업재산권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외국도입기술의 현물출자가액 평가, 특허기술의 기술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거래소는 독자적인 기술평가시스템을 통해 벤처기업의 확인과 특허기술의 사업성에 대한 평가활동을 하고 있다. 기술표준원은 벤처기업의 산업재산권에 대한 평가, 외국도입기술의 현물출자가액 평가까지 수행하고 있고 환경관리공단은 벤처기업과 외국도입기술에 대한 평가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 기관이 저마다 기술가치 평가에 역점을 두기 시작한 것은 이에 대한 정부부처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부처 가운데 산업자원부는 기업,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등이 보유한 기술을 사고파는 한국기술거래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기술가치 평가를 역점사업으로 내세웠다. 정보통신부도 정보통신 기술을 특화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그 정책은 정보통신기술이전센터 설립으로 이어졌다.
중소기업청은 코스닥 등록 기업의 기술에 대한 과대평가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코스닥 등록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 공시제를 도입, 운용하고 있다. 중진공, 기술신보, 기술표준원 등은 모두 중기청 산하기관들이다.
한편 부처별로 진행돼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이제 도입 초기인 기술가치 평가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의 송종국 박사는 『기업규모 등 양적 평가보다 질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품목 위주로 된 선정 기준을 기술수준, 참신성, 경쟁적 우위 등으로 바꾸는 등 새로운 평가기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술평가, 상품화 가능성 평가, 시장성 평가, 경영 평가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전문 심사인력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