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여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협곡에 있는 현수교인 타코마다리가 개통된 지 4개월만에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충분한 강도로 설계된 이 다리가 큰 진동과 함께 붕괴된 원인은 다리를 지나던 바람에 의해 발생한 거대한 와류였다. 현수교 상판을 지나던 와류가 현수교 상판에 지속적인 상하 운동력을 가하고 이 상하운동력의 주파수와 현수교 상판의 고유진동주파수가 일치해 공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KIST 연구팀은 바로 이때 나타난 유체(공기)흐름에 따른 공진원리를 CPU의 냉각방식에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전자기기 냉각장치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발열원인 고온유체로부터 저온유체인 냉각유체로의 열전달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유체이동에 따른 공진원리를 적용할 경우 고온에서 저온으로의 열전달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일어난다.
CPU의 집적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발생하는 열이 많아지기 때문에 CPU 개발에 있어서 열을 식힐 수 있는 방안이 여러가지로 제기돼 왔으나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팬(Fan)을 이용하는 방법이 도입됐다. 이를테면 오토바이의 엔진처럼 공냉식방법으로 냉각해왔으나 CPU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한계를 보였으며 CPU의 작동 때 발생하는 열을 내리는 데는 한계를 보여 PC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KIST 연구팀이 개발한 신개념 시스템은 CPU가 열을 발생할 때 내뿜는 고유열흐름주파수를 분석해 이와 일치하는 주파수를 인위적으로 더함으로써 공기 등과 같은 냉각유체의 상호혼합을 증가시켜 대류열을 전달시키는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이 연구에만 5년여의 연구기간을 쏟아부은 연구팀은 이미 5년 전에 「열원의 고유주파수를 알아내면 동일한 주파수를 외력에 가함으로써 열전달을 촉진시키는 현상」을 발견했다. 유체인 공기에 외부의 힘을 가하는 방법으로는 팬의 속도를 시간주기적으로 바꿔주거나 스피커 또는 플랩 등을 이용해 유체이동을 시간주기적으로 바꾸는 방법 등 다양하다. 따라서 특정 열원의 주파수를 알아내는 것이 열역학 학자들의 관건이었다.
물론 주파수를 알아낸다 해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일 경우 소음문제 때문에 실용화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CPU가 열을 발생할 때 나타나는 가청주파수 밖의 수십㎐대 주파수를 알아내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연구팀은 외력주파수발생장치로 스피커시스템을 채택했고 열시스템의 고유흐름주파수를 스스로 감지하고 가진 주파수를 결정하는 피드백제어시스템을 개발, CPU 냉각장치를 완성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로 CPU의 열고유주파수와 일치하는 주파수를 외력에서 공급하면 열고유주파수 진폭이 10배 이상 증폭돼 순간적으로 고온의 유체(공기)가 저온의 유체로 순식간에 이동, 냉각이 이뤄진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신개념 CPU 냉각장치의 원리를 이용하면 냉매 없는 냉장고나 에어컨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는 일부 선진국에서 기초실험에 착수하는 정도다. 연구팀은 현재 이 시스템과 함께 냉장고의 적용도 상당부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상품화를 위해 열시스템의 고유흐름주파수를 스스로 감지하고 가진 주파수를 결정하는 피드백제어시스템을 ASIC화해 CPU와 병합하거나 주기판에 장착하고 스피커는 PC본체 케이스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고 관련업체와 협의중이다.
이렇게 되면 늦어도 1∼2년 안에 상품화가 가능해지고 차세대 고집적 CPU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 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