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이프 가격을 낮춰라.」
한국영상유통음반업협회(영유협)와 비디오산업발전위원회(비디오산업위·가칭) 등 두 단체가 최근 한목소리로 이같은 주장을 펴자 관련업계가 의외라며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테면 반목과 갈등으로 얼룩진 비디오대여업단체가 때 아니게 일성을 내고 있는 데 대해 업계가 깜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이 작년 2월 가격을 크게 올린 데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종전 수준으로 프로테이프 가격을 환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업계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두 단체의 진짜 속셈은 과연 뭘까.
업계 일각에서는 이 두 단체가 「가격논쟁」을 불러일으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 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격인하 문제는 이미 지난 6월 물의를 빚어 퇴진한 진석주 전 영유협 회장(53) 시절부터 이슈화된 대여업계의 최대 「숙원사업」이다. 따라서 대여업계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할 수밖에 없고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같은 주장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재야격으로 출범한 비디오산업위의 태동 배경을 보면 가격인하 문제가 대여업계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영상협회의 한 관계자는 『프로테이프에 대한 가격인하 주장은 이 두 단체간의 주도권 싸움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단언하고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가격인하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다』며 이 두 단체의 주장을 초점에서 벗어난 빗나간 화살로 비꼬았다.
업계 일부에서도 『대여점들의 경영난 등 대여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언제까지 가격문제로 이처럼 싸움질만 할 것이냐』면서 『이제는 제작사와 비디오대여점들이 힘을 모아 함께 침체에 빠져 있는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며 이 두 단체의 동상이몽을 안타까워했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