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시장 "사이버"로 재편

 인터넷기술이 국내 만화시장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서울문화사, 대원, 학산 등 국내 만화잡지 및 단행본시장의 80%를 점유해온 대형 만화전문출판사들은 최근 독자적인 만화포털사이트 구축을 서두르는 한편 PC게임방을 겨냥한 새로운 유형의 만화서비스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국내 만화시장에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이들 만화전문출판사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여타 만화 관련사이트 운영업체와 달리 다수의 전속 인기만화가와 방대한 만화콘텐츠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온라인 상업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어 인터넷만화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문화사는 하이텔, 천리안 등 주요 PC통신매체를 통해 만화잡지 7종과 단행본 1000여권의 유료서비스체제에 들어간데 이어 이달 중 자사의 홈페이지를 채팅서비스와 연계한 만화전문포털사이트(www.jumps.co.kr)로 개편한다.

 서울문화사는 최근 PC게임방을 중심으로 만화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는 점에 착안해 자사의 온라인만화서비스를 PC게임방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최적화시켜 초기 인터넷만화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계획이다.

 도서출판 대원과 학산출판사도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자사의 유료 인터넷만화서비스가 순조로운 성장세를 거듭하는데 힘입어 다음달 중으로 독자적인 편집구조를 갖춘 온라인 만화매거진 창간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출판사는 그동안 만화서적의 판매감소를 우려해 인터넷만화서비스의 신간 게재주기를 만화대여점에 비해 한달 정도 늦춰 잡아왔으나 인터넷 독자들만을 위한 만화 웹진을 신설함으로써 기존 만화유통시스템과 독립된 별도의 수익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만화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한 일본만화콘텐츠의 인터넷서비스도 활발히 추진중이다. 일부 만화출판업체는 내년 상반기중으로 본격적인 일본만화 인터넷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목표 아래 고덴샤, 슈헤이 등 일본계 대형 만화출판업체와 디지털판권계약을 진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밖에 한국통신기술, 코미케 등 인터넷 만화솔루션 개발업체들은 출판된 만화서적을 그대로 스캔받는 형식이 아니라 주요 장면마다 적절한 효과음과 동영상, 컬러를 추가해 만화책과 동영상 애니메이션 중간형태의 신종 인터넷만화서비스를 내년 중으로 실용화할 계획이다.

 이같은 업계 움직임에 따라 인터넷만화서비스가 국내 만화계에 끼치는 영향은 의외로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만화대여점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된 만화작품도 인터넷상에서는 상업적인 콘텐츠로 재포장되어 신규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릭횟수에 따라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인터넷수입의 존재는 대다수 만화가들에게 생활안정과 함께 국내 만화작품의 수준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만화유통채널의 다변화를 촉진해 신인만화가들의 데뷔기회도 한층 많아질 전망이다.

 서울문화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만화잡지는 단행본 만화출간을 위한 홍보지 역할을 대행해왔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는 인터넷만화서비스가 기존 만화잡지를 대신해 국내 만화유통시장을 선도하는 정보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