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국후지쯔 안경수 사장

 『우리나라가 서구의 경제모델을 많이 따르고 있고 또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는 영향도 있었겠지만 내부 조직원 스스로가 그걸 지나치게 의식해 위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 96년 한국후지쯔의 수장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안경수 사장(48)은 조직내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일본기업 특유의 종신고용, 연공서열에 익숙해져 있는 조직을 중역들부터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영업목표도 매출지향이 아닌 수익지향으로 돌리는 데 안 사장의 경영목표가 세워졌다.

 두 번에 걸친 대대적인 조직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문화적 쇼크」에 가까운 체질개선 작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3년 반이 흐른 지금 한국후지쯔는 외부에서도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저 앉아 있어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는 기업이 갑자기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외형적으로도 한국후지쯔의 성장세는 놀랍다. 안 사장 취임 당시 700억원의 매출규모가 올 연말이면 그 4배가 넘는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의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강조하는 안 사장은 최근 발상전환이 어떤 것인지를 또 한 번 보여줬다. 일본에 한국후지쯔의 지사를 설립한 것이다. 100% 외국 투자법인인 한국후지쯔가 수출을 하겠다고 본사가 소재한 일본에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후지쯔는 설립 당시부터 일본 본사에 소프트웨어를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설립을 승인받은 기업입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후지쯔의 다른 동남아 현지법인들에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기 시작했지요.』

 국가와의 약속이었다는 사명감도 있었지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낀 안 사장은 그래서 아예 일본내 소프트웨어 회사들과의 경쟁을 선택했다.

 『본사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없지 않았지만 과거 2년동안 후지쯔의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를 국내 엔지니어들이 지원해 온 결과에 만족한 본사에서 결국 지사설립을 승인했다』고 설명한 안 사장은 『일본 지사에는 핵심 엔지니어들을 배치했고 결국은 이들이 일본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국내 비즈니스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나름대로 전략이 숨어 있음을 내비쳤다.

 『한국후지쯔의 숨겨져 있던 자질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2000년대에 대비한 구상』이라고 밝힌 안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훗날 후배들에게 전문경영인의 전형으로 인정받는 것이 꿈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83년 귀국할 때부터 안 사장의 바람은 전문경영인이었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