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 미래산업 사장

·1938년 3월 전북 임실 출생

·남성고, 원광대 종교철학과 졸업

·62년 중앙정보부 기조실 조정과장(부이사관)

·83년 미래산업 설립

·83년 유망중소기업 지정

·91년 IR52 장영실상,대통령산업포장 수상

·95년 주식장외시장 등록, ISO9002인증 획득

·97년 한국능률협회 97년 최우량기업 선정

·98년 조세의날 산업포장

·99년 라이코스코리아 설립

<저서> 왜 벌써 절망합니까(98)

 인생은 60부터.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61)에게 꼭 들어맞는 말이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인터넷접속서비스와 정보보안, 케이블TV 등 신규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등 창업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넘쳐 있다. 주력인 반도체장비 사업도 최근 국내외에서 주문이 쇄도하면서 최고의 호황기였던 97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미래산업은 내년에 창사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남들은 저더러 늦바람난 게 아니냐고 합니다만 사실 몇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디지털산업으로 재편되는 산업사회의 행로를 보고 어떤 형태로든 여기에 몸을 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마지못해 하는 것과 달리 능동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그는 93년에 저궤도 위성 컨소시엄에 참여해 정보통신사업을 펼치려 했다. 막판에 그는 「예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여를 포기했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그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면 차입 경영이 불가피했을 테고 이후 닥친 IMF 충격으로 아마 망했을 겁니다.』 사업에 대해 그는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당장의 신규사업도 중요하지만 반도체장비 사업도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두달 전에는 200억원을 들여 칩 마운터를 생산하는 제2공장을 세웠다. 칩 마운터는 테스트핸들러에 이어 미래산업이 차세대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품목이다. 「메카트로닉스」와 「뉴미디어」를 양손에 쥐고 미래산업을 새롭게 도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산업의 장점은 「빠른 의사결정」. 착공한 지 3개월도 안돼 제2공장을 준공한 것이나, 뒤늦게 참여해 국내 모 대기업을 제치고 미국의 인터넷검색 업체인 라이코스와의 제휴 계약을 3개월 만에 성사시킨 것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정 사장은 어떤 사항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주위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지만 일단 결정하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산업이 라이코스와의 제휴 협상에서 지나치게 양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저는 「되로 주되 말로 받는」 방법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줘 신뢰감을 쌓고 나중에 요구하자는 겁니다. 라이코스와의 협상에서도 이 방법을 썼는데 효과가 있어요. 이제는 제가 하자는 대로 라이코스가 따라줍니다.』

 최근 인터넷업계에는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인터넷업체끼리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라이코스코리아도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

 라이코스코리아는 지난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초 올 하반기 20억원 매출을 목표로 했으나 이미 35억원을 넘었다. 연말까지 50억원 매출이 무난할 전망이다. 이같은 결과는 재테크 정보 등 다른 업체와 차별화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가능했다. 40억원으로 잡았던 내년 목표도 10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정 사장은 중앙정보부 출신, 18년 만의 강제 해직, 마흔셋의 나이에 창업, 사업 실패로 인한 자살 시도 등 드라마 속에나 나올 법한 삶을 살았다. 사업에 성공해서는 부채비율 4.2%, 친인척 회사 출입금지, 하청업체 대금 전액 현금결제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역경을 딛고 일어나 벤처기업의 성공 신화를 이룬 그가 후배 기업가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남을 부려 자기 목적을 성취하겠다는 기업가가 더러 있습니다. 기업가가 직원들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절대 안됩니다.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성공에 가까운 길이라는 것을 요즘 창업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는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처음부터 남의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을 마땅치 않게 여긴다. 적은 돈이라도 자신의 「씨앗」을 갖고 해야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창업가는 배수진을 친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 샐러리맨에게도 할 말이 많다.

 『직원들에게서 「우리 회사의 비전이 뭐냐」 「중장기 전략을 왜 세우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저는 이렇게 되묻지요. 「자신의 일을 왜 내게 묻는가」라고요.』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정 사장은 사뭇 다르다. 케이블TV 사업에 뛰어든 것도 얼마전 자신의 책을 읽고 편지를 보낸 사람의 아이디어가 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사장은 곧바로 그 사람을 자기 회사로 불러들여 덜컥 사업추진단장을 맡겼다.

 『어떤 기업조직이든 밑에서 올라오는 의견이 중요합니다. 아랫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반영하는 경영자가 바람직한 경영자입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