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고유가 시대에 값싼 물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소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에 대한 바람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물로 가는 자동차는 수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고 이때 생긴 물로 다시 수소를 만들어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수소는 전혀 공해가 없는 청정연료기 때문에 만약 수소를 값싸게 얻을 수만 있다면 공해문제와 에너지문제를 한방에 날려보낼 수도 있다. 물로 가는 자동차는 밀폐된 엔진 내부에 수소와 산소를 2 대 1 비율로 공급하면 반응해 엄청난 폭발력과 물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인데 어떻게 끊임없이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공기의 34.9%가 산소이므로 별도로 산소통을 달고 다니지 않아도 지속적인 산소공급은 가능하나 문제는 공기중에 없는 수소를 어떻게 운행하면서 장시간 공급하느냐가 관건이다.
여러 과학자들이 수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분해를 이용하거나 탄화수소에서 화학반응으로 얻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성이 낮아 실용화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어바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주립대학의 토머스 라우푸스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이 이에 대한 해답을 조금 내놨다.
그동안 화학자, 생화학자들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구성과가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이용한 수소발생효소(Hydrogenase)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현실화된다면 멀지 많아 수소발생 효소를 넣은 물과 태양 에너지만 있으면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가 등장할 전망이다. 식물의 엽록체는 빛을 흡수해 물을 분해하는 광합성 작용을 하는데 이때 수소이온과 전자를 만들어낼 수 있고 반대로 박테리아에 존재하는 수소발생효소는 엽록체가 만들어낸 수소이온과 전자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다시 수소가 연소해 물을 만드는, 물과 태양에너지만으로 가동되는 엔진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엽록체 구성물과 수소발생 효소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쉽게 변성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과학자들은 수소발생 효소의 활성을 모방하는 촉매를 화학적으로 합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지난 97년에는 드디어 수소발생 효소의 삼차원 구조가 밝혀짐으로써 유사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수소발생 효소의 구조를 보는 순간 그 활성부위를 모방하는 화합물을 합성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 마침내 지난 8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화학회에서 처음으로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소발생 효소는 설파이드, 일산화탄소, 시안화이온 등에 결합된 금속이온을 가지고 있는 매우 독특한 효소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활성부위에 해당하는 화학적 구조를 인공적으로 거의 합성하는 데 성공했으나 처음에는 수소가 합성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곧 반응이 중단돼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합성한 촉매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수천개의 원자로 구성된 수소발생 효소의 활성을 불과 25개의 원자를 이용해 가장 근접하게 모방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발생 효소의 삼차원 구조가 밝혀졌고 인공적인 합성에까지 시도된 만큼 수소발생 효소의 작용 메커니즘만 밝혀지면 완벽한 촉매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늦어도 2010년쯤에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기름값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