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시대의 화두는 "디지털"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디지털시장이 개막되면서 기업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디지털시장에 동참하지 못하면 이류기업으로 전락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디지털시장을 겨냥, 국내 전자산업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두 회사는 디지털사업 비전 선포와 함께 사업구조도 디지털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아날로그시대의 기업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두 회사의 디지털 사업전략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프롤로그
지난 5월 18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주최로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99년 CEO(최고경영자)서밋」의 의제는 디지털시대의 경영전략이었다.
38개국 120여명의 CEO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일본 소니사의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은 『과거 25년이 디지털의 도움닫기 시기라면 향후 25년은 디지털의 폭발기가 될 것이며 2010년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기술은 인터넷 확산을 가져오고 전자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으면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다. 디지털시장은 경제학의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차세대 디지털 TV의 경우 오는 2006년까지 세계 시장 규모가 1억8800만대 2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용자의 3제곱이나 4제곱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수확체증의 법칙」도 「수확폭발의 법칙」으로 바뀌게 된다.
미국에서 인터넷 이용자는 95년 1000만명에서 올해 1억명으로 10배 가량 증가했다. 이용자가 5000만명이 되기까지 라디오는 38년, TV는 13년이 걸렸으나 인터넷은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산업의 시장규모도 3000억달러에 이르면서 에너지산업의 2200억달러를 이미 앞지르고 자동차산업의 3500억달러에 접근하고 있다.
새 밀레니엄시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처럼 곳곳에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디지털시대의 도래에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디지털을 향해 기업의 틀을 바꾸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14일 「디지털 선포식」을 갖고 디지털시대에 맞는 사업을 통해 디지털시대의 리더로 도약하자고 선언했다. 뒤따라 삼성전자도 창립 30주년을 맞아 10월 30일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갖고 오는 2005년 국내외 연결 매출 70조원에 12%의 초우량 수익구조를 달성, 세계적인 종합전자업체로의 도약을 발표했다.
아날로그시대에서 국내 기업들은 선진기업을 추격하는 「캐치업」전략을 구사해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미 선진기업들은 디지털 표준을 장악하고자 비싼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진입 자체를 아예 막고 있기 때문에 캐치업 전략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캐치업 전략을 고수하면 이류기업으로 전락해 생존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 회사가 디지털로의 사업 전환을 선언한 것은 필수사항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전동수 상무는 『인터넷시대로 들어서면서 3강 법칙이 형성되고 있다』며 『최소한 3강 안에 들어야 세계시장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업구조를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모든 것을 재편하고 있다. 디지털을 향한 두 회사의 행보에는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도 많다.
추진방식의 경우 삼성은 「관리의 삼성」답게 「다운톱 방식」을 취하는 반면 LG는 「톱다운 방식」이다. 삼성은 각론을 먼저 준비하고 총론을 발표했지만 LG는 삼성보다 한발 앞서 총론을 발표하고 각론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 차이는 삼성과 LG의 문화차이와 최고경영자의 인식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디지털의 접근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동일하다. 「아날로그시대에서는 이류기업에 머물렀지만 디지털시대에서는 세계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이들 양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국내 기업 중 조직과 경영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들 두 회사가 과연 디지털이라는 시대의 거센 흐름 앞에서 어떠한 길을 걷게 될 것인지 관심이 쏠려 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