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새천년과 여성의 역할

하재구 (주)컨텐츠코리아 사업본부장

 고려시대에는 여성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19세기 중반 이후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남녀차별이 명문화되다시피 하면서 20세기에 이르러서까지 여성은 안주인으로 최소한의 명분만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과 여건을 고려할 때 여성의 역할이 배가되어야 한다. 경제의 국경이 없고 인터넷이 전세계를 24시간 연결하여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더욱 절실하다. 인터넷의 지식이 곧 가치로 연결되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빠른 시간내에 여성의 자리매김이 이루어질수록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야말로 디지털 콘텐츠시대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20세기에 도로를 닦고 건물을 세우는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여성은 육체적으로 고통을 딛고 일하는 남성을 보살피고 가정살림을 꾸려나가는 역할을 전담하였다. 하지만 21세기는 첨단 네트워크 인프라가 우리 주변에 뿌리내리면서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수준이 높은 우리의 여성이 사회 전반의 한 부분을 맡아야 할 것이다. 최근 아이디어와 벤처산업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여성의 참신하고 섬세함이 생산적인 활동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의 역할이 우리 환경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지식사회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관련분야가 유력할 것이다. 21세기 유망직종으로 꼽히는 웹디자이너, 디지털 콘텐츠 기획전문가, 전자상거래 관리사 등 셀 수 없는 신종 전문분야들이 여성을 기다리고 있다. 꼭 정보통신 관련 첨단직종 외에 기존의 기업이나 조직에 세심하고 결단력 있는 여성의 역할 부문도 상당히 있음을 묵과해서는 안된다.

 지식시대는 그야말로 지식정보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나갈 때 그것이 경쟁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대단한 교육열의를 갖고 있는 우리의 상황은 여성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장을 요소요소에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미래를 향해 지식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네트워크를 현명하게 접목시키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보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정보화시대에 즈음하여 여성계의 활동이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정부부처의 노력도 조금씩 그 형태를 찾아가고 있다. 모름지기 여성은 현실적으로 정보통신분야의 소비시장 주도권자이며, 인터넷시대 생산과 소비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1900만명의 가상공동체를 자랑하는 아메리카온라인(AOL)도 51.3%의 여성을 고객으로 관리하고 있다.

 비단 정보통신분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겠지만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새천년을 맞이하면 위험천만한 일이 될 것이다. 세계가 하나의 영역으로 묶이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지구의 절반이기도 한 여성의 역할은 곧 상대적으로 열세한 그들의 정보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고가의 컴퓨터를 사주고 유명한 학원이나 찾아다니는 고등학력 여성에게 지식시대의 트렌드를 알려주고 자신만의 역할을 발굴하여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이 실속있는 정보화가 될 것이다. 아울러 기득권을 갖고 있는 남성의 심각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다.

 새천년에는 여성과 지식사회를 조화롭게 접목시키는 우리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본다. 참여의 장을 만들어주고 여성이 적극적이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리를 비워두어야 할 것이다. 어디를 막론하고 남성과 여성이 더불어 지식시대의 주역이 된다면 새천년의 미래는 밝은 빛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