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컴포넌트 SW산업 새시대를 연다 (5)

국내 현황과 문제점 (하)

 『컴포넌트SW를 개발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정보시스템실과 SI업체들이 기존 SW 개발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써줄 수요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2, 3년 후에는 상황이 좋아지겠지만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상당합니다.』

 모 중소 SW 개발업체 사장의 말이다. 이는 국내 컴포넌트SW 산업 현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컴포넌트SW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체 SW 산업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컴포넌트SW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나 컴포넌트를 기반으로 SI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SI업체도 시장에서 당장 매출을 거두기보다는 2∼3년 후 부상할 미래시장에 대비해 준비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이것도 그나마 개발과 자금여력이 있는 업체들이나 가능하지 중소 SW업체 대부분은 이같은 개발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선뜻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1∼2년 전 컴포넌트형 SW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업체 가운데 실수요가 없어 소리 소문없이 컴포넌트 전문기업이라는 간판을 내린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국내에는 컴포넌트SW 산업이 형성될 수 있는 전반적인 인프라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컴포넌트SW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은 물론이거니와 개발 주체와 응용 컴포넌트가 턱없이 부족하고 컴포넌트SW를 공급할 수 있는 유통체계가 구비되지 않는 등 제품·기술·시장·인력·정책 모든 부문에서 열악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컴포넌트SW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컴포넌트SW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수요자가 입맛에 맞는 컴포넌트SW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룹웨어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전자우편, 워크플로 등 그룹웨어를 구성하는 컴포넌트들이 각 종류별로 수십종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하나의 비즈니스 기능 부문에 한 종류의 컴포넌트가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그 수량이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컴포넌트SW 수가 모두 100개를 넘지 않으니 사용자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컴포넌트SW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발도구나 개발환경이 열악하다는 것도 컴포넌트SW 확산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래쇼날, 스털링, 인프라이즈 등이 컴포넌트 관련 개발툴을 내놓고 있지만 가격이 비교적 높을 뿐만 아니라 기존 개발방식과 프로세스를 전환해야 해 컴포넌트SW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컴포넌트형으로 SW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중장기적인 교육과 프로세스 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투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형 SI업체들조차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초기 투자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컴포넌트SW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개발자를 양성할 수 있는 구조 역시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8만∼10만명에 이르는 개발자 가운데 분산객체나 컴포넌트 기술을 알고 있는 개발자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보다는 개인적인 관심으로 기술을 습득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컴포넌트 기술표준이나 최신 아키텍처, 전세계 업계의 움직임을 발빠르게 습득·공유할 수 있는 핵심 주체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경우는 상무부 기술표준국(NIST), 일본은 산·학·연 컨소시엄인 CBOP, 유럽은 EU나 나토가 직접 나서 컴포넌트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는 이렇다할 만한 단체나 기관이 없어 인력·기술·제품 성과물이 축적되지 않고 관련 정보 공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W업계 관계자들은 올 들어 정부가 2002년까지 컴포넌트SW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컴포넌트SW 관련 인적·물적 자원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