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한 여론조사가 부쩍 늘어났다. 신문과 방송도 그 결과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네티즌에 대한 여론조사는 클릭과 동시에 집계, 실시간으로 조사할 수 있다. 기존 조사방법에 비해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을 담기에 「함량미달」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연령대별 인터넷 이용률은 10대와 20대가 각각 72%와 79%로 연령이 낮을수록 높아진 반면 30대와 40대는 각각 38%와 20% 그리고 50대 이상은 7% 등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졌다. 이는 인터넷 설문조사에 젊은층이 참여할 확률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매우 높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네티즌의 뜻을 국민 여론으로 보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한림대 유재천 교수(언론정보학)는 『네티즌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는 대상자가 10대와 20대에 편중돼 전체 인구의 대표성을 결코 지닐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결과를 마치 대표성을 지닌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여론을 오도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넷츠고의 박채향 과장도 『온라인 여론조사는 인구분포에 따른 표본을 설정할 수 없어 국민 여론으로 보기 힘들고 네티즌의 특성과 편향이 조사내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스스로가 여론을 조작하는 일도 다반사다. 일부 네티즌의 경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몰표를 던져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엉뚱한 결과를 자아내기도 하는 것이다. 몇달 전 미국 대학생들이 실시한 인터넷 지구촌 미인대회에 탤런트 K양 등이 후보로 오르자 국내 네티즌들이 몰표를 던져 행사 자체가 중단된 것은 대표적 사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 사장은 『인터넷 여론조사는 진정한 여론조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그 이유로 『표본 추출을 조사기관이 아닌 응답자가 결정한다는 것』을 들었다. 다음은 인터넷 여론조사가 많아지면서 나타난 역기능을 보여주는 두가지 사례다.
◆사례1
「한겨레신문」이 운영하는 인터넷한겨레는 지난 9월 「불법노조 논란이 일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정당성」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 초반에는 「정당하다」는 쪽의 비율이 고르게 높았으나 중반 이후 갑자기 짧은 시간안에 집중적으로 「부당하다」에 몰표가 쏟아졌다.
당시 인터넷한겨레는 이용자 파일을 분석하는 장치가 없었다. 인터넷한겨레측은 아무래도 객관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중단했다. 중단 직전 결과는 부당하다는 응답자가 9475명으로 80%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며칠 뒤 대한항공은 『국민 여론의 80%가 조종사 노조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므로 노조활동은 자제하라』는 사장 명의의 편지를 보냈다. 인터넷한겨레는 생각지도 않게 이용자 파일 분석기를 구입해야 했다.
◆사례2
PC통신 나우콤은 지난 4월 삼성·LG·현대·모토롤러에서 출시한 휴대폰을 놓고 「가장 선호하는 이동전화 단말기」를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초반부터 3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순위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네티즌 한 사람이 중복투표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나우콤은 결국 하루만에 네티즌들의 투표를 중단하고 설문조사 자체를 취소하고 말았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