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Keyword.. 가상세계와 그 적들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다. 누구나 클릭만 하면 이곳에 들어갈 수 있다. 나가는 것도 자유다. 가상세계라는 한계가 있으나 인터넷은 인류의 오랜 꿈을 보여준다. 바로 「열린 사회」다.

 인터넷에서는 피부 색깔도 국적도 따지지 않는다. ID 하나만으로 어느 웹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 워낙 자유롭다보니 문제도 없지 않다. 음란 폭력물이 넘치며 심지어 인터넷을 이용한 사기도 판을 친다.

 역기능에도 불구, 인터넷은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열린 공간에 강력한 적들이 출현했다. 열린 공간을 닫힌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다양한 의견을 용서하지 않는다. 네티즌의 의견을 그릇된 쪽으로 몰아가기도 하며 비틀기까지 한다. 최근들어 한글을 쓰는 종족도 많아졌다고 한다. 일부 순진한 네티즌들은 이들의 주술성과 집단주의에 현혹돼 빠져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전혀 자취를 남기지 않아 추적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한 얼굴로 위장할 경우 찾아내는 것이 더욱 힘들다. 인터넷 공간에서 설치고 다니는 것을 아니꼽게 여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아예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네티즌은 그 순간 적들의 꾀임에 넘어가게 된다.

 개방적인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격리시킬 방법도 없다. 자칫 열린 공간을 막아버리는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 인터넷 공간을 쓰레기장으로 만들려는 적들의 시도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대다수 네티즌이 건강한 의식을 갖는 것뿐이다.

 오스트리아 사회철학자 칼 포퍼는 열린 사회를 개개인이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로 규정했다. 열린 사회의 적들은 이러한 개개인에게 어떤 목적을 갖고 검은 안대나 색안경을 씌우려는 자들이다. 인터넷이 비록 가상세계라 해도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다. 인터넷은 어느 정도 현실사회를 반영한다. 인터넷에서 열린 사회를 거부하는 네티즌의 시도가 있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닫혀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