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고심끝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고현진 상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지난 7월 김재민 사장이 본사로 발령이 나 공석이 되었던 자리를 지키며 사실상 경영을 책임져 왔던 고 상무를 경영책임자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내용적으로 보면 우선 그동안 한글과컴퓨터 인수에 실패한 중소 컴퓨터업체와 OS공급권 다툼 등으로 실추된 회사의 이미지를 회복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 회사 내부 조직을 안정화한다는 MS의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MS는 지난 7월 김재민 전임 사장 퇴진후 피터 크눅 MS 아시아 지역 책임자가 임시 대표를 겸임하는 과도기적 체제를 맞아 조직 내부의 불안정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명실상부한 권한을 갖는 신임 사장 체제에 돌입함으로써 이같은 불안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MS의 직원들은 또 고 신임 사장 임명이 11년 회사 역사상 최초의 내부 승진 인사라는 점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만큼 본사나 아시아 지역본부에서 한국MS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영업 전략적인 측면에선 고 신임 사장이 한국은행, 한국IBM,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을 두루 거치면서 컴퓨터 관련업계는 물론 통신 분야 등 MS가 최근 새롭게 진출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까지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무선통신 등 한국MS의 신규 사업을 지휘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고 신임 사장이 이끄는 한국MS의 미래는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최근 미국 법원이 MS에 대해 독점 판정을 내린 데 영향을 받아 국내외적으로 반MS 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윈도와 경쟁관계에 있는 리눅스의 영향력 확대 및 한국썬의 오피스 시장참여 등으로 한국MS가 위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장자리에 오른 고 사장이 이런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