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이프 가격 인하를 둘러싼 제작사와 비디오 대여점들간의 해묵은 논쟁이 또 재연되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들은 작년 2월 프로테이프 가격 인상 합의 당시 제작사측에서 약속한 사항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종전 가격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제작사측에선 가격 논쟁이 양분된 대여업계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비롯됐다며 대여업계의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여점들은 올들어서 줄기차게 종전가 환원을 주장해 왔다. 작년 초에 비해 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불구, 제작사들이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방적으로 출시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등 횡포를 부려왔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여료 덤핑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밀어내기나 꺾기 관행의 중단, 무자료 거래 근절을 위한 무등록 업소의 프로테이프 공급 중단, 투명한 출시 등급 분류 및 판매가 예고 등 제작사와의 합의사항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프로 테이프 가격 인상은 말그대로 원인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여업계는 따라서 종전대로 △A등급 2만2500원 △B등급 2만1000원 △C등급 1만9800원 수준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대여업계측의 이같은 주장은 과연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니고 있을까.
대여업계는 올해 현재 대여점수가 지난 93년의 3만6000개보다 절반 가량 감소한 1만7000여개인데 비해 프로테이프 시장 규모는 93년의 1조1000억원에서 3분의 1 수준인 4000억원(작년말 기준)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과 단순 비교할 경우 매출이 절반 정도만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그 이상 줄어들어 대여점들의 수지가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 인하를 통해 어려움에 빠져 있는 대여점들의 경영난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단순히 수치로만 따질 경우 대여점들의 이같은 가격 재조정 요구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하지만 제작사들은 대여점들의 이같은 주장을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있다. 프로테이프 시장의 침체를 가져 온 근본적인 원인은 가격이라기보다는 대여점들의 덤핑 경쟁 → 유통질서 문란 → 시장침체 → 과당경쟁 등 대여업계의 악순환의 고리가 끊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 인하에서 돌파구를 찾기보다는 제작사와 대여점들간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제작사들은 특히 현재 국내 실정에 비춰볼 때 아직도 국내에 대여점수가 너무 많다며 적정 대여점수를 6000∼7000여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대여업계내 구조 조정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제작사들은 매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는 프로테이프 가격 문제보다는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향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양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견 수긍하면서도 무언가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프로테이프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격 가이드라인제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철폐하고 시장경쟁 원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여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가 이루어지면 일면 대여점들의 숨통이 트일 수는 있겠지만 이같은 결과로 인해 중소 프로덕션들의 집단 부도와 이로 말미암은 산업 붕괴의 가능성도 없지 않아 가격 인하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수요와 공급이 서로 일치하는 선, 이를테면 시장경쟁 원리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제작사나 대여점들의 불만을 그나마 해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