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21세기 유망산업의 하나로 손꼽는 디자인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평가절하돼왔다.
그러나 IMF로 인한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우리만의 고유한 디자인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세계 우수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말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통신·문화·관광산업과 더불어 디자인산업을 21세기를 주도할 지식기반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라고 지시하는 등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구할 유망산업의 하나로 디자인산업이 선정된 것이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산업디자인진흥대회」에서 산자부가 발표한 「디자인산업 비전과 발전방안」도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디자인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실천의지가 담겨 있다. 물론 병역특례나 디자인학과의 공대 이전 문제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 없지 않으나 범정부 차원에서 디자인산업 육성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이번에 산자부가 발표한 디자인산업 비전과 발전전략의 요지는 2004년까지 우수한 디자인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마인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산업과 달리 인간의 창의력에 기반을 둔 디자인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양성에 나서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양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디자인학과를 미대에서 분리한 후 디자인 특성대학으로 육성하거나 공과대학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디자인을 미에서 산업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지만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학과 교육기관의 협조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2004년까지 디자인 벤처펀드 1000억원을 조성하고 전국 10개 지역에 디자인혁신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디자인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디자인 전문업체들이 영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억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겠다는 정부발표는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디자인 전문회사 창업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등 99년 11월 10일은 디자인산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산업디자인진흥대회는 이 행사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동안 수없이 열렸던 디자인 관련 대회와 성격을 달리한다. 또 디자인산업에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정부포상을 수여하는 등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