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가 자체기술 개발보다 출연연 등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정선종)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원장 최덕인) 등 출연연에 따르면 그동안 독자기술 개발에 주력해오던 산업계가 최근들어 독자기술 개발보다는 출연연에 연구개발을 의뢰하거나 출연연 개발기술을 이전받아 상품화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ETRI의 경우 컴퓨터·SW·무선·방송·회로소자 기술 등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건수가 지난 80년 6개 업체에서 98년 한해에만 무려 187개 업체로 크게 늘었다. 특히 올들어서만 10월 현재 135개 기업이 신기술을 이전받았다.
또 KAIST의 경우 전기 및 전자공학과, 전산학과 등 정보통신 관련학과 등을 중심으로 98년 10건의 기술이전을 추진, 16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올렸다. 이같은 수치는 95년 5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기술료 수입도 3억여원에서 16억원으로 대폭 증가한 것이어서 기술이전을 통한 상품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AIST는 기업과의 공동연구 또는 수탁연구과제가 꾸준히 증가, 수탁계약액이 96년 651억원에서 97년 672억원, 98년 684억원으로 기업들의 기술개발 의뢰가 늘고 있다.
신기술창업지원단(단장 김종득 교수)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무상양허에서 유상양허로 바꾼 지난해에 45건의 기술을 정보통신 및 벤처 기업에 이전하는 등 기업들의 기술이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기술이전 증가로 인해 이들 두 기관의 기술료 수입도 증가, ETRI의 경우 79년부터 지금까지 1222억원, KAIST는 39억3000만원을 올렸다.
특히 ETRI는 기술이전 수요가 늘어난 96년 96억원, 97년 116억원, 98년 304억원, 99년 10월 현재 245억원의 기술료를 벌어들여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중이다.
이같은 추세는 경제불황으로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느낀 기업들이 위험부담이 큰 자체기술 개발보다는 이미 개발돼 있는 선진수준의 기술을 구입하거나 출연연에 대한 수탁연구 개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을 출연연으로부터 이전받을 경우 기업들이 신기술을 자체 개발할 때 드는 비용의 10% 수준이면 제품 개발이 가능한데다 관련기술은 물론 연구원으로부터 세계적인 기술 및 마케팅 동향 등 차기 제품 개발에 따른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 이중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ETRI 이형복 기술이전팀장은 『최근 들어 정보통신 벤처기업 및 대기업의 기술이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저렴한 비용에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제품 개발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