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모델.PB상품 "쓸만한 물건" 많다

 전자제품 양판점과 전문상가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기획모델 또는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 상품이 최근 기능 및 가격과 관련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기획상품이나 PB상품은 테크노마트·전자랜드21·하이마트 등 거대상가 또는 양판점이 다른 상가와 가격마찰을 피하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공급할 목적으로 일반 대리점과는 다르게 제작·공급되는 제품이다.

 이같은 유형의 제품공급 방식은 그동안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판매하던 관행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제조자가 아닌 유통업체가 소비자의 수요동향을 파악하고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지향적인 공급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테크노마트 가전매장은 상우회가 주축이 돼 컬러TV와 냉장고·세탁기·오디오 등에 대해 단독 기획모델을 도입해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주 쓰지 않는 복잡한 기능을 없앤 대신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테크노마트만의 단독 모델을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하는 것이다.

 단독모델이나 기획모델은 대부분 모델명이 일반 대리점의 모델명과 비슷하다. 일반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컬러TV의 모델명이 「AB29AI」라 가정하면 단독모델 또는 기획모델은 여기에다 몇 글자를 추가하거나 빼는 형식으로 정해진다.

 경제적(Economic)이라는 뜻에서 「AB29AI­e」처럼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제조업체의 브랜드 파워는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PB상품은 제조업체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제품을 말한다. 대개의 경우 유통업체에 의해 브랜드가 결정되므로 제조업체보다는 유통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를 확산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독모델·PB상품 두가지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대부분 쓸데없는 기능을 제거한 염가형 모델로 기획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칫 유통업체들의 장단에 놀아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른 상가에는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독모델이라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거나 AS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며 『기획상품이든 PB상품이든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해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