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구소 탐방> 호서대 반도체제조장비 국산화연구센터

 반도체 업계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메모리분야의 세계 최강자라는 자부심과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외종속이라는 두가지 얼굴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가 IMF로 인한 극심한 불황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준 수호천사였다.

 그러나 우리 반도체 업계는 세계 메모리분야 맹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일본의 유명회사에서 제조장비를 수입해 쓰고 있다.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꺾이는 순간이다.

 이같은 꺾인 자존심 회복을 위해 출연연·대학·기업체가 나섰다. 이들이 추구하는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 신제품 개발은 반도체업계의 대외종속 극복을 위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 연구센터(소장 황희융 교수)는 이러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6년 3월 한국과학재단 지정 지역협력연구센터로 설립됐다.

 호서대가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 지역협력연구센터로 설립될 수 있었던 것은 천안 제2공단의 국내 주요 장비업체, 청주지역의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 등이 포진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센터는 설립 초기부터 천안2공단에 자리잡고 있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와 충남도, 학교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등 지역사회의 산학연 구심체로 자리잡았다.

 센터 추진사업은 크게 연구개발, 산학협력과 인력양성 사업으로 구분된다.

 주요 연구 분야는 CVD·세정장비, 제어·테스트 장비, SW기술과 핵심부품 개발이다. 센터에는 호서대를 비롯한 인근 9개 대학 40여명의 교수, 130여명의 대학원생, KDNS, DI, 미래산업, 아펙스 등 30여개 관련산업체 연구진이 모여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3년 만에 응용SW와 제어기술, 박막증착과 세정장비기술 등 반도체 제조장비의 핵심 기술을 잇따라 확보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지역협력연구센터의 가장 핵심인 산업체와의 연구, 인력양성산업도 활발한 편이다.

 센터는 우선 산업체의 기술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분야 전문가와 참여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산학협의회를 두고 운영중이다.

 현재 참여중인 업체로는 전공정 분야에 아펙스, KDNS, 지니텍, K.C.Tech 등과 CVD, VPC 및 ESC를 연구 개발하고 있고, 후공정 분야는 테스트 검사장비 운영 시스템과 제어장치 연구개발에 미래산업, DI, TOWA 등 20여개 업체가 참여중이다.

 센터는 이들 업체에 최신 연구결과와 개발기술을 이전하고 업체의 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하며 마케팅을 위한 최신 기술동향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관련분야 전문교수로 구성된 기술지원단을 구성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관련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지도와 애로기술 진단 등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센터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3년 동안 총 3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30여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특히 미래산업과 공동으로 반도체 검사에 쓰이는 핵심장비인 테스트 핸들러의 온도제어 시스템과, 국산화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웨이퍼에 묻어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반도체웨이퍼 세정장비의 감시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센터는 2단계 사업이 시작되는 99년부터 앞으로 6년 동안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차세대 핵심장비 기술 연구는 물론 국내 관련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황희융 센터장은 이같은 센터 육성계획이 성공할 경우 『센터의 독자적인 자립기반은 물론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연 공동연구 프로그램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