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가 성숙되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대가만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구축하고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나 인터넷, 그리고 널리 보급되는 PC들이 이런 용도로 쓰일 것이다.
정보사회의 나쁜 것을 들라면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보화의 역기능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인 인터넷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서비스 중에 폭력을 조장하는 정보나 음란정보가 미성년자에게 쉽게 노출되고 개인정보 유출, 고가 영업정보의 불법취득이나 지식상품의 도용, 불법복제를 비롯하여 타인이나 타국가의 지적자산, 시설이나 상품에 손해를 입힐 목적 아래 고의로 파괴(해킹)하는 행위 등은 정보화의 역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보화의 역기능은 지식기반 경제체제 구축과 운용에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므로 그 예방책이 필요하다.
지식기반 경제체제 아래서 지식상품은 중요한 부의 수단이다. 따라서 지식상품의 안전한 보관은 필수적이다. 지식상품의 생산·가공·보관·수송·이용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역기능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 기존의 서적과 인쇄물·음반·테이프·필름 등에 담겨 실물로 유통되던 지식상품은 가시적인 도난이나 훼손 방지가 대책이었다. 그러나 지식기반 경제체제에서는 지식상품이 가상공간(Cyber space)으로 표현되는 디지털 인프라에 산재하여 형태가 가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채 생성·가공·유통되기 때문에 지식상품의 보관방식과 보호절차는 달라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을 벌이고 있는 불법 도청·감청문제도 정보화 기반의 발전과 확산에 따라 과거와 그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도청이나 감청이라는 용어가 이미 음성전화시대의 단어가 되었다. 이제는 정보유통 과정에서의 음성정보 불법청취만이 문제가 아니고 데이터와 도면, 영상정보의 밀반출과 복제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보의 매체가 인쇄매체에서 전자기 매체로 바뀐 탓으로 불법으로 대량의 정보를 휴대, 유출하는 것도 쉬워졌을 뿐 아니라,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유출하는 것은 더욱 쉬워졌고 예방이나 감시는 그 반대로 어려워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인터넷 음란사이트를 격리할 수 있는 기능이 PC마다 의무적으로 장착하고 다채널 방송프로그램도 성인과 미성년자별로 분리될 필요가 있다. 또 TV 프로그램과 수상기에 선별적으로 시청이 가능토록 기능을 보완하는 게 좋겠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여 사업을 하는 사람이 영업정보가 유출되거나 유통중 도난당하는 것을 우려한다면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나 인터넷 사용을 꺼려할 것이다. 따라서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영업 정보보호와 각종 보증 및 인증기능을 인터넷에 만들어 놓아야 한다.
특정정보 보관시설이나 컴퓨터를 파괴할 목적으로 해커들이 침범할 우려가 있다면 그 정보시설은 튼튼한 가상방어시설(Firewall)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 군사기밀이나 각종 국가전략 정보의 탐지에 이르면 선진 경쟁국에 의하여 동원되는 첨단기술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른다.
이런 차원에서 정보화의 역기능을 다스리는 것은 가히 국가 주요 현안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국가 차원의 체계를 갖추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며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정보화의 역기능을 다스리는 일은 관련 법제도와 절차·기준에 의한 규제가 수반되므로 일반 국민의 인식전환도 요구된다.
정보화로 유발된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경영방식에 다양한 변화가 불가피한데 여기에는 역기능의 예방도 포함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불필요해진 기능은 축소·폐지하고 필요한 기능은 새로 보완하거나 확장해야 한다.
앞으로 정보화 역기능 대책을 만드는 일은 정보통신부와 국정원 등 정부부처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기업체들이 현 수준에서 관련기능의 신설이나 확충을 서두르고 법제도와 절차·규범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정선종 ETRI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