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99 추계 컴덱스> 컴덱스 20년 발자취

 「20세기를 뒤돌아보고 21세기를 예측한다.」

 세계 정보기술(IT) 분야의 산역사로 평가되고 있는 추계컴덱스(COMDEX/Fall)가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컴덱스는 지난 79년 인터페이스그룹이라는 이벤트 회사에 의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창설됐다.

 「컴퓨터 유통회사들의 전시회(COMputer Distributors EXposition)」로 출발한 컴덱스는 최초 설립당시 불과 150여개 업체가 참가했고, 고작 4000여명의 참관객만이 다녀갔다.

 초창기 컴덱스는 지금처럼 IT 산업 전체를 주도하는 행사가 아닌 컴퓨터 신기술과 신제품을 세계 각국의 판매상들에게 소개하는 PC 전문 전시회여서 오늘날처럼 크게 주목받는 행사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컴퓨터 산업이 세계 주요 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컴덱스는 20년이 지난 지금 참가업체는 30배, 참관객 규모는 무려 100배 이상 성장해 명실공히 세계적인 IT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던 컴덱스는 지난 90년부터 매년 5월 시카고와 애틀랜타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춘계컴덱스(COMDEX/Spring)가 창설되면서 정식명칭이 「추계컴덱스」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 94년까지 미국 인터페이스사가 주최해 온 컴덱스는 95년 봄 일본계 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운영권을 800억엔(약 6400억원)에 사들이면서 전세계에 그 가치를 과시했다.

 한국은 지난 88년 애틀랜타 춘계컴덱스에 현대전자가 전화자동응답 장치를 출품하면서 처음 진출했다.

 92년부터는 대한무역진흥공사 주관으로 국내 중소업체들의 제품을 전시하는 「한국관」이 컴덱스에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컴덱스가 국제적인 명성을 갖게 된 데는 그 규모뿐 아니라 세계 첨단 IT 산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업체들은 이제 신제품 출시시기를 컴덱스에 맞출 정도가 됐다. 그 해의 IT 분야 핫이슈가 컴덱스에 반영돼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첨단 기술 축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컴덱스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늘날 전세계 IT 산업의 핵심 기술이나 제품들이 모두 컴덱스를 통해 발표됐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컴덱스를 통해 전세계에 발표된 주요 제품은 IBM PC 5150(81년, 최초의 16비트 PC)을 비롯해 PC/XT(82년), PC/AT(83년), 애플 매킨토시(84년), 컴팩의 데스크프로386(84년, 최초의 386PC) 등이 있다.

 인텔의 x86계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역대 MS DOS 및 윈도 운용체계(OS)도 모두 컴덱스에서 발표됐다.

 컴덱스에서 나온 신제품과 신기술이 이때 처음으로 IT 산업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는데, 그 주춧돌이 된 제품이 89년 출품된 「MS DOS 5」와 91년의 「윈도3.1」이다.

 특히 컴덱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PC가 IT 분야의 꽃으로 부상한 90년 이후부터다.

 지난 94년 추계컴덱스는 차세대 OS 및 칩 전쟁과 함께 신형 PC규격의 발표로 관심을 모은 전시회로 기록됐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카고」(1년후 발표된 윈도95의 코드명)와 IBM의 OS/2워프는 차세대 OS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또 인텔사의 펜티엄과 IBM 진영의 파워PC의 양대 세력 싸움에 디지털사의 알파칩까지 가세, 마이크로프로세서(MPU) 전쟁도 뜨거웠다.

 아울러 빌 게이츠가 개막 기조연설에서 『손지갑 크기의 컴퓨터(Wallet PC)가 등장, 통신­컴퓨팅 기능은 물론 모든 정보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94년 전시회에 소형 이동 컴퓨팅 제품과 서비스가 부상했다.

 인터넷과 윈도95에 관련된 제품들이 세계적인 화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 95년 컴덱스.

 컴덱스95에서 벌어진 OS 대결에서는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가 IBM의 OS/2를 제압하는 양상을 보였다. 칩 부문에서도 IBM­모토롤러­애플이 공동으로 파워PC칩을 내세워 인텔의 펜티엄칩에 도전장을 냈으나 대세는 장악하지 못했다.

 인터넷 분야에선 통신망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 기술이 집중 부각됐다. 넷스케이프사의 브라우저인 내비게이터와 로터스사의 노츠, 노벨사의 네트웨어도 인터넷과 관련해 크게 부각됐다. 또한 기가급 하드디스크가 일반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CD롬드라이브는 8배속까지 등장, PC의 고성능화를 실감케 했다.

 전세계의 인터넷 열풍을 반영하듯 96년 추계컴덱스에서는 네트워크 및 인터넷 관련제품과 기술이 독무대를 이루었다.

 먼저 넷스케이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내비게이터4.0」과 「익스플로러4.0」을 출품, 웹 브라우저 전쟁을 벌였다. 저렴한 통신요금으로 국제전화와 팩스를 쓸 수 있는 인터넷폰·인터넷팩스 소프트웨어들도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 단말기에서 윈도 환경의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해 주는 OS로 「윈도CE」를 발표했다.

 LG전자·NEC·필립스 등이 윈도CE를 채택한 휴대형 PC를 선보였다. IBM은 파워PC 603칩을 탑재하고 3차원 그래픽 구현이 가능한 700달러짜리 네트워크 컴퓨터를 발표했다. 또 전자수첩 크기의 초소형 팜톱컴퓨터가 출시되는 등 컴퓨터의 소형화 추세가 뚜렷해졌다.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등 디지털 영상매체들도 대거 선보였다.

 전세계 150여개 국, 2380여개 업체가 참가한 97년 추계컴덱스의 특징은 PC의 소형화와 멀티미디어화라고 할 수 있다.

 PC의 다양한 기능이 부각됨으로써 그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PC 대 NC의 주도권 다툼이 일단 PC의 우세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입증한 전시회기도 했다.

 또 SOHO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이 대거 모습을 보이고 개인휴대컴퓨터(HPC)의 대중화가 눈에 띄게 부각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인터넷분야에서는 인터넷폰용 소프트웨어, 인터넷접속 단말기 등 새로운 인터넷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대거 등장했다.

 96년에 등장했던 디지털 카메라에 이어 디지털 녹음기, 디지털 캠코더 등 정보저장매체도 디지털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추세를 보였다.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관련 분야에서도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한 제품이 쏟아졌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자바 프로그램언어를 이용한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각국 2400여개 업체가 참가한 98년 추계컴덱스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전자상거래 관련 제품이 늘어난 것. 빌 게이츠 등 기조연설자들은 한결같이 전자상거래 시대가 개막했음을 강조했다.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평판 모니터, 휴대형 핸드헬드PC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신제품이 등장한 반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전자상거래 관련 제품들이 주종을 이뤘다.

 또 SOHO 창업자가 쉽게 가정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킹 기술이 대거 등장한 것도 특징.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서버 OS인 「윈도2000」의 베타(시험판)를 내놓았고 Y2K문제 해결 소프트웨어도 일부 선보였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