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가 주체가 되는 회사.」
한국이지시스템(대표 이승호)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오직 기술력 하나만으로 승부를 거는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회사에 다른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65명이라는 벤처기업치고는 적지 않은 인원이 모여 있지만 자율적인 분위기, 활발한 영업력, 화기애애한 분위기, 체계적인 조직 등 여느 중견업체 못지 않은 사풍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지시스템이 기술력 하나만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것은 이 회사의 모든 힘과 역량이 엔지니어 중심의 기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지시스템은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행정·관리·총무·인사 등 소위 스텝 조직이 없다. 모든 관리업무는 엔지니어들이 맡아서 처리하며 일부 업무는 여직원들이나 아웃소싱 형태로 외부에 맡기고 있다.
이 회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사규」가 없다는 점. 『사규란 직원들의 활동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하는 것이며 연구개발 중심의 회사는 규제보다 창의력이 핵심』이라는 이승호 사장의 지론에 따라 사규 없이 자율적으로 모든 일을 정한다.
올해 이지시스템은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일반 기업에 관리부서가 없다면 당연히 제도도입이 어려웠을 것이고 상당한 혼란이 있었겠지만 이지시스템은 큰 문제없이 이같은 제도를 도입해 적용했다. 그만큼 이 회사에는 자율적인 분위기가 곳곳에 스며있다는 이야기다.
이지시스템은 2001년을 목표로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기 위해 최근 대신개발금융에서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14억원으로 늘렸다. 이지시스템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경우 회사는 주주들 소유가 되는데 이들에게 더욱 투명한 경영정보를 제공하고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경영기획실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관리부서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승호 사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자율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이지시스템의 사세는 날로 확장되고 있다. 97년 매출액 41억원의 이지시스템은 지난해 IMF의 한파를 이겨내고 5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억원. 내년에는 160억원이 목표다.
이지시스템은 현재 인터넷 기반의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등 기업용 솔루션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주력 제품으로는 자바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인트라넷 솔루션 등이 있다.
또 정부의 국책과제를 따내 더욱 진보된 솔루션을 고객들에 제공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지시스템은 정보통신부의 「중소기업형 전화정보시스템구축 기반기술 개발과제」로 자금을 지원받아 내년 6월을 목표로 컴퓨터통신통합(CTI) 관련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산업기술 개발과제로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 서비스와 전자우편 구축 기반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역시 내년 6월에 완성할 계획이다.
이지시스템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는 CRM, 지식관리(KM), 전자상거래 등 첨단분야다. 이지시스템은 이같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구개발에 몰두, 향후 E비즈니스 시장의 선두업체가 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이승호 사장 일문일답>
-회사를 창업하게 된 동기는.
▲과거 ETRI에서 근무하다가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을 갖고 92년 창업했다. 평범한 엔지니어들이 모여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서로 대접받는 분위기의 집단을 만들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회사를 세운 것이다.
-관리부서가 없어 경영자로서 불편한 점은 없나.
▲오히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어 좋다. 관리부서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있기 때문이며 경영자는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지난해 IMF로 힘들었다. 그러나 직원들이 열심히 참고 이겨내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으며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향후 계획은.
▲직원을 15명 가량 충원해 부족한 분야를 보강할 계획이다. 앞으로 직원들과 함께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구개발에 전념해 인터넷 관련 최고 기술을 보유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