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IMT2000 통신전송방식의 표준화 및 기술규격을 놓고 「협조」와 「견제」 사이를 연결한 외줄 위에 올라서 있다.
옆으로 돌아가거나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외줄타기식 주도권 경쟁이 날로 열기를 더해가는 것이다.
미국은 CDMA개발그룹(CDG)을 중심으로 자국기술의 세계 표준화를 추진하는 반면 유럽은 기존 GSM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IMT2000 조기상용화 및 적극적인 기술공개정책을 펼치면서 얽혀들고 있다.
특히 유럽은 오는 2002년 1월을 IMT2000의 상용서비스 시점으로 삼고 일본과 연계, 비동기방식의 표준화 및 기술규격을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미국에 대한 견제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회원국마다 연내에 최소 한개 이상의 사업자를 선정할 것을 권고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핀란드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자국내 IMT2000 사업자로 4개 업체를 선정한 데 이어 독일과 네덜란드가 연내에, 영국이 내년 1·4분기에 각각 3∼5개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프랑스·스웨덴·오스트리아·이탈리아 등도 아직 세부계획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내년부터 사업자 선정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점인 2001년 3월 IMT2000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같은 행보는 자국내 주파수 부족 문제를 IMT2000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 기술분야에서의 국제적 고립을 우려해 기술공개정책을 견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개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은 3개 이내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사업계획서 비교심사 방식을 기본 선정방식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IMT2000 상용서비스를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지난 96년 이미 3개의 IMT2000용 주파수대역(A·B·C밴드)을 경매, 관련 사업자들이 이 대역을 개인휴대통신(PCS)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경매된 주파수대역에 대한 용도를 따로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주파수대역을 확보한 사업자가 별도의 허가없이 IMT2000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퀄컴이 주도하는 CDG를 중심으로 자국내 제2세대 이동전화시스템인 CDMA와 IMT2000간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한편 이 기술을 세계 표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IMT2000과 관련해 올 연말까지 무선접속분야, 내년까지 네트워크분야의 단일 표준을 마련해 권고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같은 작업은 IMT2000의 세계 표준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갈등과 분쟁이 심해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동기식과 비동기식간의 네트워크 및 무선접속 규격을 연동이 가능한 모듈개념으로 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