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삼성-LG 막오른 디지털 전쟁 (6)

광고 경쟁

 지난 9월 이색적인 디지털광고 한편이 세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LG전자가 「다음 세대를 위한 디지털 기술편」이라는 주제로 신문광고를 하면서 디지털 광고와는 전혀 맞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 만삭의 임산부를 모델로 내세운 것. 두 달 이상 끌었던 이 광고는 독특한 소재만큼이나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LG전자의 기존 이미지는 친근감, 인간적, 온화함 등을 주고 있는데 이 디지털 광고는 이 같은 이미지와는 아주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광고담당자 이길수 과장은 『디지털 리더 이미지를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디지털을 이슈화시키기 위해 이 같은 파격적인 광고를 준비했다』면서 『이 광고도 임산부의 배를 디지털의 D자로 형상화해 LG가 열어갈 디지털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상징적으로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관련 기업슬로건을 제정, 지난 1월부터 디지털을 주제로 다양한 디지털 경영실체를 소재로 한 기업이미지 광고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전개해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디지털기술로 새천년을 이끌겠다는 내용을 선언한 새천년의 디지털리더편을 시작으로 3월에는 신규슬로건 「세상을 바꾸는 힘-디지털LG」, 디지털기술을 부각시킨 광고 등을 순차적으로 집행해오고 있는 것.

 이처럼 LG전자가 디지털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자, 삼성전자도 이에 뒤질세라 기존 광고콘셉트에 디지털을 삽입하면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LG전자가 디지털 기술이 구현해주는 디지털 세상의 즐거움과 편리함에 초점을 두고 이미지광고에 나서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주로 반도체기술을 앞세우면서 디지털 제품의 광고를 전개해오면서 LG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된 친근감, 인간미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이미지광고를 덧붙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활 속의 디지털편」에서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기법의 점토인형을 비주얼로 한 광고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아울러 「또하나의 가족, 행복을 만드는 따뜻한 기술」을 주제로 행복을 만드는 디지털로 교체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잘만드는 회사가 TV도 잘만듭니다」를 예전의 카피에서 말만 바꾸어 그대로 디지털에 활용하면서 LG와는 달리 디지털제품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두 회사의 광고는 디지털 사업에 있어 두 회사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사업에 있어 제품구조상 우위에 선 삼성전자가 디지털 제품을 앞세우고 있다면 LG전자는 제품보다는 디지털 이미지를 강조한 것.

 이달들어 두 회사는 일제히 디지털광고 콘셉트에 변화를 주고 있다.

 LG전자는 여전히 인쇄광고편에선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제1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대통령상인 디자인 경영대상 수상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신규 슬로건을 앞세워 기업이미지 광고와 함께 창립 30주년기념 판촉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가 디지털 광고에 쏟아부은 물량만해도 올해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두 회사의 디지털 광고경쟁은 수년전에 벌어졌던 멀티미디어 광고전을 연상시키고 있다. 멀티미디어 광고전에서 두 회사는 똑같이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으나 결국 제품이 뒤따라 주지 못해 실패로 끝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디지털 TV 등 다양한 디지털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 멀티미디어 광고전을 재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때보다 디지털 사업 자체에 기업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에 두 회사의 디지털 광고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