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사 열풍을 이끌어낸 것은 5대 그룹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0대 그룹에서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분사한 기업은 모두 484개였으며 이 가운데 451개는 5대 그룹에서 나왔다. 삼성은 240개사로 분사가 가장 활발했으며 그 다음은 LG의 80개사였다.
대기업들이 분사하는 이유는 한계사업 정리, 고용조정 수단, 비주력사업 정리, 중소기업형 업종정리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분사를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분사기업은 소규모 형태가 일반적이다. 자산총액 5억원 미만이 62.9%를 차지했으며 자본금 1억원 미만은 43.7%, 종업원 50인 이하는 62.2%였다.
분사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대기업은 40개사에 그쳤다. 출자총액 제한규정에 따른 것이다.
분사기업은 모기업의 지배력 정도에 따라 △독립형 회사 △거래의존형 회사 △독립형 관계회사 △종속형 관계회사 △개방형 자회사 △폐쇄형 자회사 등 여섯 가지로 나뉜다.
기업의 지배력의 판단기준은 자본출자 비율, 모기업과의 거래비중, 임원 파견 여부 등이다. 국내 기업들은 분사할 때 대체로 위험 부담이 큰 자본출자를 꺼린다. 출자보다는 안정적인 거래물량을 확보해주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국내 분사기업은 거래의존형 회사가 많다.
분사기업을 △벤처형과 △기능(사업) 분리형으로 나누기도 한다. 벤처형 분사는 사내벤처 독립과 신규사업의 창출이 대표적이다. 기능분리형 분사의 경우 기존 사업의 아웃 소싱 전환이다.
국내에서는 기능분리형 분사가 일반적이다.
분사는 방식에 따라 경영자매수(MBO)와 종업원매수(EBO)로 크게 구분된다.
MBO는 일부 경영진을 내세워 회사나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사업 단위가 크거나 종업원 수가 많을 경우 이를 자회사화, 임원에게 주식의 일부를 주면서 경영을 맡기는 형태다. EBO는 종업원들이 공동출자 방식으로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것. 종업원의 임금이나 개인 자산을 투자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초기 자본이 적은 편이어서 모기업의 부담도 적다. 소규모 분사기업은 대체로 EBO 방식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종업원이 70명인 SCC(대표 김일기)는 VTR 헤드드럼의 핵심부품인 로터리 트랜스포머를 임가공하는 업체다. 지난해말 삼성코닝에서 분사했다. 이 회사는 올해 월 평균 270만조를 생산, 분사 이전보다 생산량이 50% 이상 증가했다.
전세계 로터리트랜스포머 시장의 45%를 점유, 분사 10개월 만에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PC 전문업체인 현대멀티캡(대표 최병진)은 지난해 4월 종업원이 40%, 현대전자가 20%를 출자해 만든 회사다.
이 회사는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PC사업에서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저가PC 개발 등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분사 1년 만에 만성 적자사업을 흑자사업으로 돌려놓았다.
최근에는 코스닥 등록을 위해 공모주를 모집해 최고 275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1075억원의 매출에 37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컴퓨터 건축설계 전문업체인 삼건베리클(대표 이태철)은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CIC(건설정보통합관리) 출신 12명의 직원이 퇴직금을 출자해 자본금 8000만원으로 만든 기업. 사무실 임대료는 삼성에서 무이자로 대출받아 마련했다.
분사후 6개월 만에 패션전문 복합상가인 부산 르네시테의 통합운영시스템 개발용역 등 30여 프로젝트를 따냈다. 올해 매출액 10억원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