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파일 등 디지털음악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업계 합의안이 숱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일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MP3등 디지털음악 저작물에 관한 라운드테이블」에서 저작권 단체, 음반사 단체, 기기제조업체, 통신망업체 등 20여개 단체 및 업체가 「MP3파일서비스에 관한 합의문」을 마련한 것이다.
이같은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소니뮤직 EMI 등 음반 메이저들과 AT&T, AOL,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명 정보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미국의 디지털음악 컨소시엄(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이 다음달중에 최종 기술표준안을 내놓고 세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DMI의 등장에 위기 의식을 느낀 국내 업계가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 형성이 이번에 합의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안을 통해 업계는 복잡한 권리 관계를 중간에서 처리하고 사용료 배분 기준을 제시해 주는 「디지털음악저작권관리협의회」를 이른 시일내에 발족하고, 미국의 SDMI에 대처할 수 있는 「국내 디지털음악 기술 표준안」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아주 기본적인 이 두가지 사안을 합의하는 데 무려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네티즌 등 이용자 입장에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무튼 이번 합의는 향후 국내 디지털음악 산업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합의안은 일부 권리자들이 저작권법상의 배타적인 권리를 내세워 디지털음악 시장에서 권리를 남용하거나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일부 대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디지털음악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안으로 그동안 MP3 서비스 활성화에 최대 난제였던 음악저작인접권 분야의 집중관리단체 선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문화관광부와 저작권심의조정위측은 「디지털음악저작권관리협의회」를 발족시키고 협의회의 활동이 본궤도에 오르는대로 음반사와 실연자들의 저작인접권을 집중적으로 관리, 대행해주는 신탁관리업체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합의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중단됐던 PC통신상의 MP3 서비스가 재개되고 음반사 이외에도 다수의 사업자가 디지털음악 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MP3플레이어 등 디지털 오디오기기, 인터넷 음악쇼핑몰, 음악자판기 및 게임기 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합의문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합의안 초안에 대해 가장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고 있는 「권리자들간 사용료 배분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현재 음반 제작자와 실연자 단체는 사용료 배분을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향후 「디지털음악저작권관리협의회」에서 상세한 기준을 마련하겠지만 실연자들의 몫을 타 권리자들과 동일하게 해달라는 게 실연자 단체의 주장이다.
저작권 관리의 핵심인 「복제방지시스템간 호환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리퀴드오디오코리아 등 기기 제조 및 기술개발업체들은 국내 기술 표준안 마련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자사의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는 복제방지시스템의 호환 문제는 자사의 마케팅 정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양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결국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업계의 이견을 조율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는 게 시급하다. 현재 문화부와 저심위는 한차례 정도 더 라운드테이블을 개최, 최종 합의안을 만들고 이달말께 조인식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성사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할 상황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