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가 아닌가!』
1908년 캐나다 태생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가 미국으로 옮겨 공부하게 됐을 때 미국은 때마침 대공황이 닥쳤다. 고전경제학파 이론에 대한 케인스의 비판이 큰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고 갤브레이스 역시 자본주의 투기성에 대해 매우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됐다.
갤브레이스의 눈에 비친 미국경제는 전통적인 경제학이론들이 주창했던 대로 자유경쟁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못됐다. 대기업과 노동조합 그리고 대규모 산업조직 등이 각 영역에 퍼져 경쟁을 제한하고 있었고 정부의 간섭 역시 확장되는 추세였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주창한 것이 경제의 계획화 기능이었다.
갤브레이스는 마침내 1973년 간행된 저서 「경제학과 공공목적」에서 자본주의가 변질해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체제로 이행하게 된다고 예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를 사회주의 동조자로 보는 시각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는 『계획화 기능은 소비 다양화에 대응하지 못해 붕괴된 소련과 동구의 전체주의 계획경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역설한다.
우리에게 갤브레이스가 낯설지 않은 것은 70∼80년대 경제정책의 기조가 바로 그의 계획경제이론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토대와 캘리포니아대 그리고 옥스포드대 등에서 수학했다. 국적을 미국으로 옮긴 뒤 49년 하버드대 교수를 거쳐 케네디 정부시절 주인도대사를 역임했고 72년 미국경제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