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업계 올 매출.투자 동향

 IC인사이트가 발표한 「99년 세계 반도체업체 매출 및 투자 동향」 보고서는 우선 세계 반도체 경기가 급격한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특히 계속된 공급과잉으로 지독한 마이너스 성장에 몸살을 앓아온 메모리반도체업계가 3년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매출

 반도체 분야의 확고부동한 1위인 인텔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업체는 역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매출은 2위인 NEC의 3배 수준인 261억4000만달러. 지난해 228억달러보다 15% 가량 늘었다.

 다만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저가 PC 열풍과 경쟁사와의 경쟁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CPU) 가격의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해 3위와 7위였던 모토롤러와 필립스가 각각 4위와 10위로 밀려난 것도 관심 대목. 모토롤러는 반도체 부품분야의 매각, 필립스는 반도체 부문 매출 부진이 주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D램 시황이 급격히 호전되면서 3년동안 마이너스 성장에 허덕이던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의 D램업체인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급상승세에 힘입어 세계 반도체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99년 예상매출은 지난해 43억달러보다 15억달러 가량이 늘어난 58억달러 수준이 될 전망.

 덕분에 반도체 매출 순위도 지난해 8위에서 6위로 두단계나 올랐다.

 삼성전자측은 이에 대해 64MD램과 128MD램을 비롯한 S램, 플래시메모리 반도체의 시황 회복과 전략 제품인 알파 프로세서, 복합칩, 주문형반도체(ASIC)등 비메모리반도체의 견실한 성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멘스에서 반도체 부문으로 독립한 인피니언 역시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매출 증가에 힘입어 5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0위권 밖에서 일약 7위로 발돋움했다.

 또 일본 NEC와 도시바가 15%와 16%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89억달러와 67억달러의 매출을 달성, 2위와 5위를 지켰다.

 시스템IC 분야의 강자인 TI가 22%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지난해 4위에서 3위로 뛰어오른 것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투자

 매출 호전에 따른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면서 차기시장을 준비하기 위한 반도체업체들의 투자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투자 부문 역시 인텔이 33억달러로 1위를 지켰다. 다만 지난해보다 2억달러 가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최근의 성장률 둔화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80%나 급증한 18억달러의 투자를 단행, 투자 순위 2위를 기록했다.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하면서 물량면에서는 세계 1위의 D램업체로 부상한 현대전자는 올해 9억5500만달러를 투자, 9위에 랭크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항은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 분위기다. 대만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UMC그룹이 삼성보다 불과 1억달러 가량이 적은 17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TSMC도 지난해보다 무려 127%가 많은 16억5천만달러를 투자, 앞으로 주요 반도체 생산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