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좋고 매부 좋고.』
지난 2년여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기간에 활발하게 진행됐던 분사활동은 좀 속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기업들은 분사를 통해 군살을 빼고 경영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분사로 떨어져나간 조직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아직 분사의 과실을 논하기 이르나 모기업과 분사기업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지역의 모기업 189개와 분사기업 141개를 조사한 결과 분사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73%에 달했다. 분사기업들도 초고속 성장을 달리며 새로운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삼성코닝은 지난해 말 3000여명의 임직원 중 1064명을 13개의 분사로 떼어냈다. 1년 후 이들 분사의 평균 매출은 55% 늘어났고 생산성도 50% 향상됐다. 지난해 현대전자의 PC사업부가 분리돼 출범한 현대멀티캡은 모기업 시절 190억원의 적자사업을 25억원의 흑자사업으로 바꿔놓았다. 이처럼 이득이 큰 분사를 기업들이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왜 IMF가 터진 후에야 분사가 봇물처럼 터져나와야만 했을까.
사실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 집단들은 IMF를 맞기 몇년 전부터 분사를 검토했었다. 소니·산요·NEC 등 일본업체들이 이미 시도한 분사를 모델로 삼았다. 결론은 「잠정 보류」. 치열한 매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분사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이러다가 IMF를 맞았고 그룹들은 정부와 금융권으로부터 구조조정 압력을 받았다. 기업들은 떠밀리다시피 분사를 추진한 것이다.
분사는 초기에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분리로 시작했다. 계열을 분리한 대기업들은 한계사업의 정리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분사를 추진했다. 올들어 분사는 제조를 넘어 금융과 제약 등의 다양한 업종으로 퍼져갔으며 분사기업을 또 다시 분사하는 일도 생겼다. 이러한 분사열풍에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도 가세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98년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30대 그룹에서 독립한 분사기업은 484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중견 그룹과 일반 기업의 분사까지 포함하면 분사기업은 1000개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에 2개 이상의 분사기업이 태어나는 셈이다.
하반기들어 분사 열풍은 다소 주춤한 듯하다. 『이제 분사할 기업은 다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지난 상반기 30대 그룹 계열사에서 나온 분사는 118개로 98년 전체 분사기업 366개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모기업수의 증가. 모기업은 지난해 59개사였으나 지난 상반기에만 38개로 나타났다. 분사가 대중화되는 것이다. 1년 이상 된 분사기업이 늘어나면서 분사 경영도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다.
분사기업의 장점은 의사결정이 빠르며 조직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모기업에 비해 성장속도가 빠른 것도 이 때문이다. 분사기업은 모기업과 「끈」을 갖고 출발해 이른 시일안에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점인 것과 동시에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조기에 자립경영의 틀을 갖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모기업과의 거래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분사기업이 75%를 넘는다는 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분사기업은 또 모기업의 위장 분사의 가능성 때문에 일반 창업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적인 지원에서 소외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임직원 출자 형태의 분사기업에 대해 설립 후 1년동안 부당지원행위 조사를 면제하고 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중소기업청도 분사기업을 신규 창업기업과 동등하게 인정, 창업자금을 지원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경영자들은 정책지원이 아직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분사과정에서 모기업의 자산을 양도받을 때나 종업원이 출연금으로 쓸 자금을 대출받을 때도 세제혜택을 받지 못한다.
「한계사업 정리」 「위장 계열사」 등 분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눈길이 전혀 가신 것은 아니다. 유망하지만 직접 하기 어려운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분사하는 적극적인 노력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사는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고용 안정을 이루기 위해 실효성 높은 처방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정부는 중소기업 위주로 경제구조를 뜯어고치는 마당이다.
페어차일드에서 독립해 페어차일드를 능가하며 실리콘밸리 신화의 주역이 된 인텔, AT & T에서 갈라져 나와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로 우뚝 선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우리 분사기업 가운데 제2의 인텔과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나올 수 있을까.』 IMF 두돌을 맞아 던지는 질문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