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통합(SI) 업계가 안고 있는 고민은 과거의 낡은 기술과 방법들이 아직까지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정보기술(IT)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특정 업체의 고가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원시적인 조달체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패키지 소프트웨어(SW) 기술 활용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산업표준(De facto) 시스템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시장에서 검증받은 패키지 SW를 적극 활용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중복 개발에 따른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SW 전문 중소업체도 육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취지 아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최근 패키지 SW 분야 140여 회원사를 중심으로 「패키지 SW 사업자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협의회의 운영은 위원장과 6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운영단이 맡기로 했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한국기업전산원의 김길웅 사장을 만나 향후 패키지 SW의 발전 방향과 협의회 운영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패키지 SW의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의 정보기술 수준으로 보면 현재 관공서나 일반기업들이 요구하는 컴퓨팅 환경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업무에 적합한 SW를 개발하는 일이다. 따라서 만약 표준화된 패키지 SW가 개발돼 있다면 전체 프로젝트 수행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사업 채산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국방, 항공 등 특수 영역을 제외한 80% 이상의 산업 분야에서 표준화된 패키지 SW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수준도 발달돼 있다.
-패키지 SW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우선 SW에 대한 정부와 일반 기업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특히 정부는 현재의 산업표준을 면밀히 검토해 공공기관을 위한 정보시스템 표준 운영환경을 제정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를 근거로 앞으로 공공기관이 조달하는 모든 정보시스템은 하드웨어와 SW를 완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전산 프로젝트를 대형 SI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와 이에 따른 전문 중소 SW업체들의 소외현상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
-패키지 SW 사업자 협의회의 향후 운영 방향은.
▲이번에 구성된 협의회는 앞으로 패키지 SW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과 유통 정상화 방안 마련, SW 정품사용 확산과 불법복제 방지 등의 각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패키지 SW에 대한 인식 제고와 시장 활성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 협의회는 대형 할인매장과 서점 등에 SW 시연장비와 구매정보를 제공하고 불법복제 방지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등 SW 유통 활성화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