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에서 케빈 코스트너는 한적한 마을에 멋진 야구장을 지어 놓으면 관객들이 찾아와 줄 것이라고 상상한다.
지오시티스나 트라이포드, 더글로브컴이 바로 꿈의 구장 같은 웹 커뮤니티들이다. 일단 사이버 신천지에 커뮤니티를 세우고 나자 소문을 듣고 네티즌이 몰려든 것. 월드와이드웹의 초창기에는 그런 일이 가능했다.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업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 커뮤니티를 시작하려는 후발주자들에게는 어림없는 얘기다. 이제는 틈새시장을 파고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신설 커뮤니티인 위고컴과 홈페이지컴의 성공적인 출발은 바로 웹의 틈새시장을 노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은 야구장을 다 지어 놓고 관객을 기다리는 대신 건설장비를 대여해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미 만들어진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면서 사이버공간에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는 설계도와 건축재료들을 납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고컴은 보이스카우트나 은퇴한 사람들의 모임 같은 오프라인 그룹을 겨냥했다. 이들에게 채팅, 메시지 보드, 전자상거래, 파일공유, 캘린더, 온라인 포럼 등 사이버 커뮤니티 건설을 위한 도구들을 제공했다.
또 이 회사는 커뮤니티 구성원들 사이에 전자상거래나 공동구매를 주선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오프라인에 뿌리를 두지 않은 가상 커뮤니티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언제라도 가입과 탈퇴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성원들 간에 신뢰가 없으며 그 결과 전자상거래도 어렵다는 게 위고컴의 시장조사 결과였다.
반면에 오프라인과 연결된 커뮤니티는 끈끈한 결속력이 있어 EC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면 회원들끼리 거래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고 그 전망은 맞아떨어졌다.
홈페이지컴도 웹사이트 기술을 이용해 네티즌이 독립적인 홈페이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버추얼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인터넷 기술을 제공한다는 점은 위고컴과 같다.
이 회사는 지오시티스의 간부였던 매리 루 풀턴이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벤처업체로 천재 사업가 빌 그로스로부터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최근 홈페이지컴은 AOL과도 계약을 맺고 4500만 ICQ 회원들에게 홈페이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웹 커뮤니티의 틈새시장 전략이 시작된 것은 이미 2, 3년 전이다. 당시에는 민족과 종교, 나이, 성적인 성향 등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구축붐이 일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한 A스페이스, 스페인과 포르투갈어 사용자를 위한 스타미디어, 아프리카 출신을 위한 넷노어, 라틴 아메리카 계열을 위한 라티노링크, 동성연애자를 위한 플래닛아웃, 노인을 위한 시니어넷과 서드에이지 등이 좋은 예다. 특히 A스페이스나 넷노어의 경우 웹의 새로운 금광이라고 불릴 만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민족공동체 커뮤니티도 포화상태다.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은 웹커뮤니티의 후발주자들이 선택할 만한 대안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위고컴이나 홈페이지컴은 국내의 신설 커뮤니티들도 한번 벤치마킹해 볼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