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예상돼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기간통신사업 허가가 일단 보류된 한국전력의 통신망 자회사 파워콤에 대한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재심사가 23일 다시 열릴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회선임대사업 역무를 신청한 파워콤의 기간통신시장 진입에 대해 기존 통신업계는 물론 한전망을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업자, 케이블TV사업자 등 직접 이해당사자들조차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가 단순한 법령해석에 매달리기보다는 국내 통신시장의 구조조정 및 발전방향이라는 큰 틀의 정책 속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파워콤 어떤 회사인가
한전이 통신 자회사로 설립하는 파워콤은 한전이 구축한 광 및 케이블망을 현물출자, 자본금만 약 7500억원(케이블TV전송망 3200억원, 자가통신망 4300억원)에 달하는 거대 규모다. 통신사업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업규모보다도 파워콤이 설립과 함께 즉각 각종 상용 통신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전은 회선임대사업 역무를 취득한 파워콤을 통해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이업종인 통신사업에 진출한다는 부정적 여론을 탈피할 수 있는데다 기존 통신사업자들의 출자를 유도, 통신시장 진출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당면과제인 구조조정 외에도 최근의 인터넷 및 정보통신 열풍에 힘입어 파워콤을 코스닥에 등록, 엄청난 평가차익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왜 반발하나
한전의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했고 기간통신사업 초창기 한전과 공동보조를 취했던 사업자들조차 파워콤의 등장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한전이 파워콤에 자산을 이전키로 한 케이블TV전송망에 집중적인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회선임대사업을 역무로 신청한 파워콤에 자산 3200억원의 케이블TV전송망을 끼워넣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케이블TV전송망은 한전이 사업자로 지정됐고 회선임대사업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들은 이미 기획예산처나 방송개혁위원회의 방송개혁 논의 과정에서 「한전은 케이블TV전송망을 일차적으로 매각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상황에서 매각이 아닌 자회사 이전 형식을 택한 것은 정부가 이미 천명한 한전 구조조정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내기업 가운데 최초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두루넷 역시 이용태 명예회장이 직접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 회장은 지난 18일 「두루넷 나스닥상장 축하기념식」에서 『두루넷이 나스닥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경영의 투명성, 자금확보 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만 한전의 통신사업 전개가 걸림돌이고 이는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한전망을 이용,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판에 한전이 직접 파워콤을 설립하는 것은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두루넷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루넷은 그간 한전의 정보통신망 사업을 대행해 왔는데 이제 와서 한전이 파워콤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통신시장 직접 진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내전화와 회선임대,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 나선 하나로통신 역시 한전이 회선임대사업 등을 공식화할 경우 사실상 제3의 시내전화사업자가 등장하는 셈이라고 본다. 하나로는 한전망 처리는 국가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통신시장 발전, 구조조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이 한전망을 인수, 서비스에 나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입장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판단을 하건 일단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의 통신사업 구조조정과 기간통신사업자 및 케이블TV사업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파워콤 처리는 정통부에게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