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남 가트너그룹코리아 이사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중요성은 인터넷 보편화와 치열해지고 있는 기업간 경쟁으로 인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 특히 신속한 정보기술(IT) 구축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최고정보책임자(CIO)직제가 기업 및 정부기관으로 확대되기 시작했으며 지식관리의 중요성 증대에 따라 최고지식경영자(CKO)직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업계의 IT활용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식 접근법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지난 20년간을 돌아보면 초기에 일본식 경영법을 답습하는 분위기였고 90년대 초기에 일본경제 신화의 붕괴로 미국식 이론이 급속히 도입·확산됐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미국식 시스템은 무조건 좋다는 식의 개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경향이 IT분야로 확산되었고, 이제는 이들 접근법이 과연 우리 기업들에 적합한 것이냐 하는 평가를 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고 본다.
필자는 일본식 접근법의 부활이나 미국식 접근법의 용도폐기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IT분야의 한국적 접근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전략을 수립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일본식 접근법에선 투자대비실적(ROI)보다는 운영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투자결정을 내리며 전담 CIO의 채택보다는 회계·기획 담당임원의 겸직을 선호한다. 결국 투자효과 산정이 어려운 IT부문의 추진도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식 접근법은 ROI에 의거해서 IT투자 결정을 하며 기업혁신을 위주로 IT를 구축하므로 종업원들의 적응이 용이하나 전담 CIO가 투자효과를 증빙하지 못할 경우 IT화 추진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부각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방향을 통한 IT산업을 평가해 보자. 국내 기업환경이 외국기업처럼 투명한 회계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인가, 그리고 과연 비용절감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 ERP를 도입한 후발기업도 선발도입 기업만큼 높은 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측면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네트워크컴퓨팅 아키텍처 부문은 또다른 점검사례로 삼을 수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첨단 구조였던 클라이언트서버로 설계된 컴퓨터네트워크가 새로운 환경을 맞고 있는 가운데 과연 국내 서비스 업체들이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안정된 기술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다.
아웃소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이 분야는 그 확산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비용 절감측면에서 평가가 필요하며 골치아픈 문제를 외부에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결론적으로 국내 IT업계가 미국식이든 일본식이든 시급히 국내 현실에 맞는 IT투자 전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선진 외국기업의 자문은 자신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다소 오류의 소지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