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기술 발전 방향
세계 빌드업기판시장을 리드하기 위한 일본·구미·한국·대만 인쇄회로기판(PCB)업체 사이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앞으로 빌드업기술이 어느쪽으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PCB업체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세계 빌드업시장에서 자타가 공인할 정도의 주도권을 확보한 연합세력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해답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빌드업기술은 레진코팅동박(RCC)공법에서 열경화성수지(TCD)공법으로 발전하고 결국에는 포토비아(PVI)공법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이 모든 PCB업체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왜냐하면 RCC공법보다 TCD공법이 경제적이고 TCD공법보다는 PVI공법이 더욱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빌드업공법인 RCC공법은 작업성이 뛰어나지만 고가에다 수급마저 원활하지 못한 RCC 원판을 사용할 뿐더러 프레스·레이저드릴 등 고가의 생산장비가 필요하다. 즉 RCC공법을 적용할 경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
이같은 RCC공법의 단점을 개선·보완한 공법이 TCD공법이다. 삼성전기·일본JVC·메이코 등이 최근들어 양산에 적용하고 있는 TCD공법은 액상의 에폭시 수지를 동박 표면에 도포한 후 경화시켜 무전해 동도금으로 회로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RCC공법에서 필요한 프레스 등 고가의 설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TCD공법은 RCC공법에 비해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동박과 수지 사이의 접착이 어려워 완제품 PCB를 가공할 경우 회로가 쉽게 끊어지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IBM을 비롯해 이비덴·소니 등이 샘플 적용하고 있는 PVI공법은 기존 RCC·TCD공법에서 필요한 레이저드릴 등 고가장비가 거의 필요없는 데다 초미세패턴의 회로를 설계하기 쉬운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공법은 기존 다층인쇄회로기판(MLB)공법처럼 양산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홀 가공 후 홀 내부에 남아있는 잔존물을 완전하게 처리할 있는 기술이 부족,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PVI공법을 실용화하려면 반도체에 버금가는 클린룸 시설 등 더욱 엄격한 PCB 생산환경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빌드업공법이 RCC공법에서 TCD공법으로 또 다시 PVI공법으로 발전한다는 것에 대해 일부 PCB 전문가들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이론상의 기술적 측면을 보면 이같은 발전 방향이 맞는 것 같으나 실제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우선 빌드업기판을 사용하는 주요 세트업체들이 PCB업체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략 완제품 전체 원가의 10%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완제품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PCB 제작공법을 쉽게 바꾸려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PCB 장비·소재업체들이 새로운 공법에 대응한 장비와 소재를 재빨리 개발할 것인가 하는 것도 과제다.
따라서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 세계 빌드업기판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PCB업체 사이의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그 해답은 역시 세트업체와 소재·장비업체가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