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철 송우정보 대표이사
이제 Y2K 문제는 일부 전문가들의 손을 벗어나 우리 생활주변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Y2K 대응작업은 정보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인 부분에만 치우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보사회에 대비하는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는 너무 소홀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Y2K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에서는 Y2K 상황실을 운영하고 13대 중점관리 분야를 선정해 이를 집중적으로 추진해왔다. 물론 해결하지 못한 1% 혹은 0.1% 때문에 전체 시스템 작동이 멈출 수도 있으므로 정부가 발표하는 진척률 수치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Y2K 인증제도와 자체선언제도 도입 등 다각적인 해결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을 가진 인터넷 분야가 누락돼 이 분야에 대한 대응작업이 미진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인터넷은 전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Y2K 문제에 관한한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어느 관문국(Peer station) 서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부 가입자의 사용불능 사태는 제쳐두고라도 급속한 우회 통신량 증가로 발생할 수 있는 전체 통신망의 파급효과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는 누군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집중적인 관리체계도 없으며 연결된 하드웨어 장치, 소프트웨어, 통신설비, 그리고 사용자 수준의 다양성을 감안하면 도대체 해결방안이나 제대로 있을지 염려스럽다.
Y2K 인증 심사나 컨설팅을 다녀보면 일부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비상계획이 매우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비상계획에는 적어도 Y2K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책과 함께 문제 발생시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복구책이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관리자나 책임자급이 아닌 몇몇 실무 담당자가 모여앉아 만들어내다보니 비상계획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Y2K 문제로 발생하는 혼란과 손실은 결국 경영자 자신의 몫이다. 그렇다면 불완전한 비상계획에만 의존하지 말고 「위기관리계획」이라도 제대로 준비해보자.
올 12월말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Y2K 위기조치팀」을 운영하면 어떨까? 아니 「위기조치팀」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면 「Y2K 상담실」이라도 상관없다. 각 프로그램별 담당자에서부터 정보시스템 관리자, 기획관리 책임자, 그리고 실질적인 비상조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담실을 설치하고 비상연락망을 구축한다면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혼란과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자료를 날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때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기억할 것이다. 중요한 데이터는 CD나 디스켓에 반드시 백업을 받아두자.
Y2K 문제해결을 위해 들인 돈과 노력을 낭비라고 아깝게 여기는 경영자나 관리자가 많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손해본 장사라고 그냥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정보사회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경영자 자신이 정보 시스템의 역할과 중요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Y2K 해결과정에서 뒤돌아본 자신의 정보화 수준이나 문제점을 개선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화가 오히려 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라는 말 속에는 이미 「기회」라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으므로.
아직도 일부에서는 Y2K 문제에 대한 지나친 대응이 낭비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과민도 문제지만 방심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