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FPD 엑스포 99> 日.대만 대대적 투자

 최근 2년간의 집중적이고 모험적인 설비 투자로 한국이 TFT LCD분야의 1, 2위 업체를 독식하자 최근 LCD분야의 종주국인 일본과 대만 업계가 대대적인 설비 증설을 선언하면서 한국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일본에서는 하반기 이후 샤프를 비롯해 도시바와 IBM의 합작사인 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DTI), NEC, 히타치 등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고 설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만도 주요 6개사 가운데 중화영관을 제외한 한우채정, 기정광전, 연우광전, 광휘전자, 달기과기 등 5개사가 라인 증설에 일제히 착수했다.

 특히 이들 일본과 대만 업체의 시설 투자는 내년 가을에서 2001년 초에 걸쳐 가동시기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대체적으로 현재의 1.5배에서 2배나 되는 대규모여서 세계 TFT LCD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설비증강은 기본적으로 노트북 컴퓨터용 TFT LCD의 공급부족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의 이번 투자는 노트북 컴퓨터용 공급 부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말부터 효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의도는 디지털가전용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일본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7월 540억엔 규모의 대형 투자계획을 발표한 샤프는 내년 8월 가동 예정으로 새로 건설하는 월산능력 20만장 규모(20인치 기준)의 미에 2공장에서 액정TV용, DVD플레이어(DVDP)용 등의 TFT LCD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각각 320억엔과 340억엔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마쓰시타전기와 히타치도 노트북 컴퓨터용보다는 디지털가전용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움직임이다.

 일본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컴퓨터용 분야에서는 이미 강국으로 입지를 다진 한국이나 새 강자로 떠오를 대만과의 경쟁을 최소화하는 대신, 아직 기술력에서 앞서는 디지털가전에 자원을 집중, LCD 종주국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하며 1위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반면 대만은 노트북 컴퓨터용 시장을 노리는 분위기다. 결국 한국이 주공격 대상이라는 의미다.

 대만의 목표는 한국을 따라잡아 일본에 이은 세계 2위의 TFT LCD 생산국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만 주요 5개사의 합계 생산력은 이번 증설투자가 완료되는 2001년 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시장조사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3%에 불과한 대만의 세계 TFT LCD 시장 점유율은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시설투자로 내년에는 13%, 2001년에는 24%로 뛰어오르고 2003년에는 31%에 달해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TFT LCD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