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커버스토리.. 자유경쟁 저해.산업표준 창출

 이달초 미국 법무부(DOJ)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점사실을 인정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지구촌을 흔들어 놓았다.

 판정직후 세계 언론들은 최종 판결에 대한 여러가지 가능성과 추측들 그리고 이후 벌어질 지각변동의 시나리오를 그려내느라 부산한 모습으로 20여일을 보내고 있다. 리눅스로 대표되는 반MS 진영에서는 연일 쾌재를 부르고 있다. IT업계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고 있는 MS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MS는 과연 해체될 것인가, 그렇다면 MS 이후의 대세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현재 관심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MS 해체와 그 이후에 대한 논쟁이나 시나리오들은 사실 부차적인 논의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혹 MS가 해체되더라도 또 다른 골리앗 기업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며 MS말고도 독점기업은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MS가 아니라 독점기업 바로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IT시장에서 독점이 갖는 의미에 대한 좀더 냉정하고 유연한 분석과 사고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MS에 대해 쏟아내고 있는 비난과 거부감의 실체도 냉정하게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독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두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MS사건에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당연히 독점의 어두운 모습이다. 독점은 분명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는 지위의 남용 문제가 어김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MS사건의 핵심도 독점 그 자체가 아니라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의 여부에 맞춰져 있다.

 독점은 그러한 지위를 확보한 기업에게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기술개발보다는 마케팅적 접근을 선호하게 만든다. 독점이 낳는 필연적 병폐인 이러한 지위 남용은 새로운 경쟁기술이나 업체의 등장을 의도적으로 막아 결국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독점의 또 다른 얼굴은 산업(시장)의 표준으로서 모습이다. 자유로운 시장 경쟁하에서 기술, 가격, 마케팅 등 다양한 경영전략을 통해 승리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자연스런 독점적 지위 확보는 사실상의 표준, 즉 산업표준을 만들어 낸다.

 산업표준은 부가기술이나 관련기술과의 접목을 쉽게 해 기술의 발전을 이끌게 된다. 독점이 낳게 된 긍정적인 면이다. 독점과 시장표준화의 역설적인 만남은 이처럼 동시에 존재하는 두 개의 얼굴 때문이다.

 모든 기업은 독점적 지위 확보가 사실상 기업 경영의 목표다. 독점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독점의 쟁취는 모든 기업 활동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의 확보는 공개경쟁을 통해 획득돼야 한다. 국가나 단체에 의해 강제적으로 유도되는 표준이 아니라 기업간경쟁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표준을 의미한다.

 다시 MS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번 독점 예비판정 사건을 두고 반MS 진영은 「독점」을 이야기하고 있고 MS를 포함한 변호론자들은 정당한 「산업표준」의 쟁취를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지만 일치하는 점도 있다. 양측 모두 대의명분으로 소비자를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빌게이츠 MS 회장은 『윈도운용체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끼워 판 것은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결국 소비자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DOJ도 『이번 판정은 그동안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말살해온 독점기업에 대한 철퇴로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승리』라는 주장이다. 과연 MS가 소비자들을 그렇게 생각해온 기업인지, 또한 DOJ가 이제는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버린 골리앗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길들이기 차원에서 철퇴를 가한 것은 아닌지 하는 냉소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산업표준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며 또 그런 결정을 거쳐야 한다.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선택 역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MS사건을 보는 우리나라 기업과 소비자들의 시각도 여기서 출발해야 함은 물론이다.

 MS가 이번 판정과 관련해 해체될 것인가, 소스를 공개할 것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분리해 판매할 것인가 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MS를 둘러싼 세기의 재판은 산업표준과 독점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가라는 어려운 화두 하나를 던져준 셈이다. 좋은 제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만족한다. 리눅스운용체계의 최초 개발자인 리누스 토발즈가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을 만족시킬 때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새천년의 IT에 대한 성격을 정의한 것을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상범 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