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Inside.. 시장표준에 둔감한 국내 환경

 어느 산업 분야에서든 중요하게 부각되는 문제가 표준화 관련 논쟁이다.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표준을 장악하는 것은 기업측면에서는 시장 장악의 결정적인 무기가 되지만 산업 측면에서 보면 표준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자사 기술과 규격을 표준으로 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나 수많은 각종 단체와 그룹에서 표준을 논하는 것도 목표는 다르지만 표준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이나 산업의 경우 이러한 표준 논쟁은 더욱 치열하다.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IMT2000, 무선인터넷 기술, 객체기술 등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표준화 논쟁거리들이다. 그러나 이들 말고도 매년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표준관련 회의는 무려 1000여개에 달한다. 각 표준화 기구나 단체내에서 주요 기업들이 새로운 자사 기술들을 표준화하고자 치열한 로비와 신경전을 벌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 확보를 위한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독점기업에 대한 반발과 비판은 있어도 표준에 대한 도전이나 대책이 미비한 국내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의 안일한 대응자세가 문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기업에서 국제 표준화 회의에 참석하는 비율이 5%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은 우리나라가 표준문제에 대해 얼마나 둔감한 상태인가를 입증해주는 단적인 예다. 표준을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표준화 동향에 대한 파악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독점과 기술표준 사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독점을 통해 영원히 존재하는 기업도 없으며 영원한 기술표준도 없다는 사실이다.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98년 이후 한글과컴퓨터가 시장지배력을 빼앗기게 된 것은 관련 기술을 업계 표준화 단계까지 이끌지 못한 기업적 폐쇄성이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웨어의 경우 표준화를 위한 장기적인 노력과 관심이 절대 부족한 현실이다. 주요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그룹웨어 업체와의 제휴를 원해도 호환성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표준화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국내 기업들이 표준화를 소홀히 하는 사례는 많이 있다. 따라서 기술개발과 함께 세계적인 표준화 동향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과 관심은 우리가 MS의 독점판정에 대한 논쟁에 임하기 전에 깊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김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