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법과 반독점법은 태생부터 불편한 관계다. 한쪽은 독점을 전제로 하나 다른 한쪽은 독점의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지재권법과 반독점법은 어느나라에서나 한결같이 강화되는 추세다. 상충적인 두 법이 마찰을 빚는 일이 더욱 잦아질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200년전부터 예견됐다. 미 연방헌법과 특허권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은 한 서신에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적 보호와 규제에 관해 반독점법과 지적재산권법간의 충돌 가능성을 예측했다.
이에 대해 미국 법원은 특허권과 같은 지재권의 독점행위에 대해서는 반독점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미국 법원은 산업표준과 같이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공동으로 참여한 행위에 대해서는 반독점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판례도 내놓았다. 아무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지적재산권도 때에 따라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컴퓨터운용체계(OS)시장의 표준이 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를 산업표준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윈도는 국제표준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같은 국제적인 산업표준기구의 제정 절차를 거쳐 나온 표준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생긴 표준이다. 시장 표준이 곧 산업 표준이 됐다.
산업 표준은 그 제정 과정에서 참여한 업체나 개발자가 특허 유무를 밝히게 되는데 윈도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했다. 법적으로 보면 MS는 지재권에 따른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산업표준인 이상 MS의 독점권 행사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렇게 주장하는 세력은 오랜 싸움 끝에 드디어 첫 승리를 따냈다. 이번 연방법원의 MS 반독점 예비판결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0년 독점규제법을 제정했다. 미국 반독점법의 기초인 셔먼법보다 90년이 흐른 뒤다.
독점규제법은 지재권에 대해 법적용의 예외 규정을 둬 지재권법과의 마찰을 피했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의 독점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번 미 연방법원의 평결은 일단 IT산업에 파장을 일으켰으나 그 파장은 곧 국내의 지재권법 및 독점규제법에도 밀려들 전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