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구촌은 거대한 글로벌 EC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에서만 45만개의 쇼핑몰이 들어섰고 이웃 일본도 7000개의 전자상점이 문을 열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이제 비로소 개화기를 맞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온라인 상점은 현재 900여개. 쇼핑몰 업계의 외형적인 매출규모는 올해 2500억원 정도로 아직은 빈약한 형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쇼핑몰 시장이 15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새 무려 16.6배 증가한 셈이다. 오는 2003년에는 온라인 쇼핑몰 비즈니스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면서, 인터넷 포털 3720억원, 콘텐츠 9130억원보다 훨씬 큰 시장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그때가 되면 사이버쇼핑몰은 곧 「황금알을 낳는 거위」 산업으로 손색이 없게 된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삼성물산·한솔CSN 등 유통채널과 자금력 확보가 쉬운 대기업들. 이들은 올해 가파른 매출성장세를 보였다. 한솔CSN은 「CS클럽」 회원수가 지난해 19만명에서 올 11월 현재 85만명으로 불어났고, 쇼핑몰 매출은 271억원에서 올해 말까지 9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최저가격보상제」와 「1대1 고객 맞춤 서비스」 「지정일 배송지연 보상제」 등 과감한 투자와 함께 다양한 고객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현재 수도권으로 제한하고 있는 직배시스템을 향후 전국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삼성몰」을 개장한 삼성물산은 상반기 온라인쇼핑 관련매출이 2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연말까지는 7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아마존·기노쿠니아 등 초대형 인터넷업체들과 업무제휴를 맺는 등 의욕적으로 쇼핑몰사업을 추진했다.
데이콤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인터파크도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4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이 99년에는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매출목표를 80억원으로 잡고 있는 메타랜드는 쇼핑몰사이트를 「마이마켓」으로 개편하고 오는 12월초부터 종합전자상거래 업체로 새롭게 출범할 계획이다. 신세계I&C도 올 들어 쇼핑몰로 월평균 2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전자상거래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판단 하에 앞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쇼핑몰 업계에 뛰어든 제일제당은 그룹 산하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및 인터넷사업 인프라인 M·NET(음악), CGV(영화), 드림라인(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GLS(물류)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 생필품 위주의 「CJ숍」을 앞으로 종합 생활문화 쇼핑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밖에 롯데인터넷백화점·헬로우서울·인터넷뮤직랜드 등도 꾸준한 매출증가세를 보였다.
99년에는 전문쇼핑몰도 선전했다. 포털과 콘텐츠를 포함해 인터넷 비즈니스 전반에 이른바 「버티컬(Vertical)」 붐이 일면서 쇼핑몰 업계도 차별화된 고객을 공략하는 전문몰이 안정된 수익구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코스메틱랜드(화장품), 와우북(서적), G토이즈(장난감) 등은 눈에 띄는 전문몰들.
온라인쇼핑몰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보다도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성장가능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불확실한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니치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넷은 시장을 선점한 업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비즈니스다. 온라인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종합물류망 등 유통인프라를 갖춘 대형업체가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없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기업전략을 위한 포트폴리오 접근법으로 시장의 성장가능성과 회사의 마켓셰어를 연결시킨 「BCG 매트릭스」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시장이 성장을 계속하고 자신의 기업이 시장점유율 수위업체일 경우 그 사업은 「스타(Star)군」으로 분류된다. 반면 시장은 점점 축소되는데 회사의 마켓셰어가 지배적이라면 「캐시 카우(Cash Cow)군」,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자신의 기업이 열세에 있을 경우 「물음표(Question Mark)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시장도 침체기로 접어들고 업체의 시장점유율도 보잘 것 없다면 「도그(Dog)」에 해당된다.
신생업체라면 스타군을 찾아가야 한다. 시장의 크기는 별 상관이 없다. 어차피 인터넷 비즈니스는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캐시 카우나 도그를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이미 선발업체들이 진입장벽을 치고 있는 물음표군보다 사이즈는 작더라도 내가 지배적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자신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쇼핑몰의 문을 열었다면 사업의 성패는 홍보전략과 고객서비스에 달려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소비자와 얼굴을 마주보고 판매를 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신용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격경쟁력이 없다면 온라인판매는 불가능하다. 단순히 웹서퍼로 찾아온 네티즌을 소비자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저가공세보다 좋은 전략이 없다. 하지만 실물시장보다 더 싼 값에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까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싼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하려는 제조업체는 많지 않다. 따라서 오프라인에 제조설비를 갖춘 업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인터넷 쇼핑몰은 이제 현실세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상점을 고스란히 가상세계로 옮겨놓고 있다. 이 황금시장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유통, 한 발 앞선 고객서비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스타」 시장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