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만 지켜 봐 달라고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벤처업체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닦는 게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음 사람들이 도로에 휴게소도 설치하고 신호등도 놓겠지요.』
지난 98년 4월 세계 첨단기술의 심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문을 연 한국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KSI)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승진 소장.
그는 의외로 지난 1년 반 동안 KSI가 변변한 실적도 없이 뭘 해왔느냐는 주위의 질책을 달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업성 평가와 미국 시장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업들을 무작정 실리콘밸리로 내보냈기 때문이라는 논리도 곁들인다. 이 대안으로 그는 한국에서 센터 입주대상 기업들을 심사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KSI가 기업선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개선방안을 내놨다. 사업성이 떨어지고 준비가 미흡한 업체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KSI를 거쳐간 업체는 11개사. 현재는 바로비전·코스모브리지 등 10개사가 입주해 있고 5개 업체가 입주를 서두르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실리콘밸리 현지 벤처 캐피털리스트 및 투자가들에게 국내 업체를 소개하고 개별 투자상담을 진행하는 「한국 정보기술 제품·기술 전시회 및 투자 설명회(KITS 2000)」도 개최할 예정.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준비가 너무 안돼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마치 자기들이 IBM인 것처럼 착각을 합니다. 무기는 잘 만들어 오는 것 같은데 전략이 없는 게 문젭니다. 자기 물건을 사줄 고객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한마디로 마케팅 개념이 부족하다는 거지요.』
대학 졸업후 정보기술업계에 발을 디딘 그는 한국IBM을 거쳐 LGEDS에서 근무했다. SI업계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수주해 경쟁업체들로부터 스카우트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KSI에 덜컥 지원서를 냈다.
『누구도 나서지 않는 뭔가 새로운 것을 개척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또 제 적성에 맞고요.』
여행 가방 몇 개 달랑 메고 온 그가 국내 벤처업체들과 같이 뒹굴면서 앞으로 어떤 수확을 거둘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새너제이=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