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인터넷 강국과 PC방

박원서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장

 최근들어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조사통계에 따르면 금년초 311만여명에 머물던 것이 10월말 현재 630만5000명으로 불과 10개월 만에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금년말에는 750만명, 2000년말에는 1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강국 만들기 「사이버 코리아 21」 프로젝트의 목표치(2001년 1000만명)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지식과 문화의 세기이며, 인터넷으로 구현되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 인구밀도는 오늘날 국가경쟁력의 또다른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인구가 568만8000명으로 세계 10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대중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이면에는 한국의 독창적 비즈니스 모델인 PC방 문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PC방이라고 불리는 이 업종은 작년부터 일부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1만3000여개의 업소가 영업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매장별 PC보유대수가 평균 25대이며, 256Kbps 내지 512Kbps급 전용회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줄잡아 총 30만대의 컴퓨터가 하나의 인터넷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하루평균 약 100만명의 이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터넷 사용을 원하는 국민대중에게 싸고 편리한 접속환경(Universal Access)을 제공한다는 것이 인터넷 강국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핵심사항이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모뎀접속방식으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대부분이 20∼30대 직장인으로 한정되어 있는 이유도 상대적으로 기업체쪽이 전용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고속전용선 방식의 인터넷 접속환경을 구비한 PC방이 전국 주요 도시마다 특히 유동인구가 풍부한 골목 골목으로 파고들어간 것은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인터넷망의 동맥 역할을 하는 전용선 기관가입자 중 37%인 1만3000여회선이 PC방을 통해 전국적으로 뻗어있다. 우리가 PC방을 인터넷 개미군단, 풀뿌리 정보화의 기초라고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21세기 정보화는 이제 인프라 구축보다는 문화적 확산의 문제이며, 단순한 인터넷 인구의 양적 확대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인터넷 사용인구의 연령별·성별·지역별 다원화, 1인당 평균 사용시간 및 사용습관의 심화, 애용하는 콘텐츠와 장르의 다양화 등 소위 인터넷 문화의 확산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게임과 온라인 채팅 등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 열광하는 신세대층에 PC방은 사이버 스페이스로 통하는 출입구다.

 PC방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는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들에 하나의 균질적인 오프라인(Off­line) 마케팅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 결과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의 아이디어 창출과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인터넷 비즈니스의 수익성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의 PC방을 통한 성공사례는 이제 하나의 평범한 법칙이 된 듯한 느낌이고, 국내 최초로 채팅사이트를 상업화한 하늘사랑과 그 뒤를 잇는 러브헌트, 세이클럽 등의 폭발적 성공 이면에 바로 PC방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기존에 온라인으로 한정되어 있던 인터넷 마케팅 활용기법에다 오프라인 마케팅의 여러 기법을 결합시킴으로써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MP3 및 디지털 애니메이션 등 신세대층에 대해 소구력을 갖는 많은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이제부터라도 PC방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구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