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라는 긴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활황을 맞고 있는 증권시장.
주식을 사고 파는 곳이라고 하면 여의도 증권거래소나 각 증권사의 객장을 우선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최근 주식을 사고 파는 곳으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는 기업체의 가치를 평가하는 실물 주식뿐만 아니라 스포츠·연예 스타를 비롯해 정치인, 기업 경영자 등 유명인사를 사이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몸값을 주식으로 사고 파는 이른바 「∼스닥」 「∼스톡」류의 이름을 딴 웹사이트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과 현직 관료의 행정업무 처리능력을 평가해 이들의 가치를 주식으로 계량화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7월 개설된 사이버 정치공간인 「포스닥(www.posdaq.co.kr)」, 10월에 개설된 박세리·박찬호·이승엽 등 국내외 인기 스포츠 스타들의 주식과 소속 구단을 주식으로 환산해 거래하는 「스포스닥(www.sposdaq.com)」, 최고경영자(CEO)의 몸값을 매기는 「CEO스톡(www.CEOstock.com)」, 가수들의 주식을 사이버 상에서 가상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뮤직스톡(www.musicstock.co.kr)」 등이 그것이다.
특히 스포츠 스타나 가수 등 N세대들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타의 주식을 거래하는 사이트는 끈끈한 팬클럽이 조성돼 막강한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와도 연결시킬 수 있어 매력적인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
유명 스포츠 스타 및 구단을 사이버상에서 사고 파는 웹사이트로 지난 10월말 개장한 스포스닥(대표 조수)은 매일 3만여명이 방문하고 회원도 3000여명씩 증가해 1개월 만에 42만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회원수도 5만명을 돌파해 네티즌의 높은 관심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스포스닥은 주식시장과 거의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로 상장되는 팀이나 선수는 공모 시장에서 일반공모를 거쳐 인기에 따라 공모가가 결정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100만원의 사이버 머니를 배정하는데 투자를 잘해 벌써 1억5000여만원을 모은 사람이 등장했고 3000만원 이상으로 불려 놓은 사람도 100여명에 이른다.
현재 1부시장에는 스포츠 구단 40개가 상장돼 있고 2부에는 유명 선수 87명이 상장돼 있으며 연말까지는 스포츠단 50개에 선수 300명으로 확대하는 한편 향후 은퇴선수를 대상으로 한 3부와 외국인 용병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4부시장이 연이어 개설될 예정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3000만원이 모아지면 현금(3만원)으로 돌려주거나 오는 12월 개설될 사이버 쇼핑몰에서 물건 구입 대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요즘 스포스닥에서 거래되는 종목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은 최근 시즌을 개막한 남자농구 스타들. 인기 순위는 최근의 활동상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가장 비싸게 팔리는 선수로는 1위에 이상민(현대농구단 7만원)이다. 불과 1주일 전에는 현재의 2위인 안정환(부산대우 축구단 6만9000원)이었다. 한편 가장 인기 있는 야구 선수인 이승엽이 9위에 불과한 5만8000원에 팔리는 것도 특이하다. 미국 LPGA에서 활약중인 여자 골프선수들 박지은(4위·6만4400원), 박세리(6위·6만2500원), 김미현(12위·5만원) 등의 고가 행진도 이채롭다.
사이버 정치증권 공간인 포스닥(대표 신철호)에서는 베를린 장벽 개방 10주년을 기념해 한반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국민주권을 존중받고 함께 어우러지는 정치를 기대하며 「김대중 대통령 주주총회」를 기획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주식을 한 주 이상 보유한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오는 30일까지 접수한다. 다만 대통령의 일정상 행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포스닥을 개설한 신철호 사장은 다름 아닌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현역 대학생이다. 경제에 밝지 못한 그가 주식 사이트를 연 것은 그의 모친이 소액 증권투자를 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을 분석하는 데서 착안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인들도 자신의 이익과 손해 개념을 도입하면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신씨는 내년 하반기 중 포스닥을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꿈을 갖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인 신용평가지수를 만들어, 포스닥을 세계적인 정치 전문 웹사이트로 키운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제네럴워크스(대표 윤강희)가 최고경영자(CEO)의 몸값을 매기는 사이트로 개설한 「CEO스톡(www.CEOstock.com)」도 평소에 접하기 힘든 경영자의 가치를 직접 평가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는 정치인과 경제인의 금품수수 문제 같은 재료 덕분에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사이트가 개설된 지 한달여가 지난 현재 최고 경영자의 몸값은 개설 초기에 비해 10배 이상 뛰어 올랐고 종합주가지수도 138.12에 달하고 있다.
현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5만4000원으로 주가 순위 1위를 달리고 있고 안철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대표가 11만2520원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곽치영 데이콤 전 사장이 10만3280원,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이 9만8140원, 염진섭 야후코리아 사장이 9만6360원으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 사이트는 「전문경영인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구호 아래 1부(대기업 전문경영인 100명), 2부(벤처경영인 100명), 3부(오너그룹 50명)로 구성돼 사이버머니로 거래되는 색다른 주식시장.
예상되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사이버 「금융감독원」은 물론 「상장심의위원회」도 두고 있다. 상장시에는 10명 이상의 추천과 투자자 투표를 거쳐 유효투표수 1000명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상장되며 한 종목을 25% 이상 소유할 경우 금융상 제재도 받는다.
이 사이트에는 단지 주식값을 산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CEO평가지수는 물론 증자, 감자, 액면분할, 관리대상종목까지 도입됐는데 최근 뉴스 거리를 제공한 한진그룹의 조중훈 회장이 관리대상종목으로 내려앉은 것이 흥미롭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를 주식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기존의 유명 가수와 신인 가수들을 주식화해 네티즌들이 사이버머니로 주식을 사고 팔아 뮤지션들의 인기도를 나타내는 뮤직스톡이 개장을 앞두고 있어 벌써부터 음악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인 렌탈브레인(대표 정창호)이 기획, 오는 12월 개설될 예정인데 이곳에서는 가수들의 주식 거래는 물론 사진, 프로필, 음반 검색과 음악관련 뉴스와 정보제공, 가수 소장품 경매, 음반 쇼핑몰, 인터넷 뮤직 비디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어 전문적이고 특화된 뮤직 포털 사이트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온네트(대표 박수정)가 가수, 배우, 탤런트, 개그맨, 스포츠 등 5개 분야의 유명인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스타포유(star.onnet.co.kr) 서비스를 개설해 관심을 끌었다.
또한 N세대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탤런트나 가수, 스포츠 스타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주식시장은 강력한 커뮤니티와 함께 자연스럽게 전자상거래사업으로 연장시킬 수 있어 사이버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를 전망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